“바뀌는 수장…인권위, 올가을 최대 위기 맞을 수도”

글·사진 전지현 기자

초대 군인권보호관 지낸 박찬운 한양대 교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변희수 하사 재심사 이끌고
인권위서 상임위원 맡기도

“강제성 아닌 도덕적 권위로
설득력 있는 권고 역할 해야
국민 지지받을 때 힘 얻어”

“국가인권위원회 22년 역사에서 이 정도로 소란스러웠던 적이 없었어요. 비판이 높았던 현병철 전 위원장 시절에도 인권위원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예의는 갖췄습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권위에서 쏟아지는 ‘막말’ 논란, 소위원회 안건 처리 방식을 놓고 벌어지는 ‘보이콧’ 사태, 그리고 통제불능 수준의 불화와 갈등을 바라보며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약 20년 전 인권위 사무처에서 실무자로 일하고, 2020년부터 3년간 상임위원을 지내며 인권위에 깊게 몸담았던 경험에서 쌓인 애정만큼 실망도 크다고 했다.

박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제2법학관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인권위원장과 일부 상임위원이 바뀌는 이번 가을 이후가 인권위의 최대 위기가 될 것”이라며 차기 인권위원장에 ‘자격’을 갖춘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송두환 인권위원장의 퇴임을 앞두고 인권위는 새 위원장 선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남규선 상임위원(8월5일)과 김수정 비상임위원(8월26일)도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다.

박 교수는 2001년 입법·사법·행정에 소속되지 않는 독립기구로 출범한 인권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권고’를 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인권위는 사법기관처럼 강제성을 가진 기관이 아니다”라며 “대신 도덕적 권위에 입각한 설득력 있는 권고를 내는 게 인권위의 역할”이라 했다. 이어 “그 권고가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을 때 힘을 발휘한다”고 부연했다.

초대 군인권보호관인 박 교수는 인권위가 군기훈련(일명 얼차려)을 받다 숨진 훈련병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직권조사를 머뭇거리다가 방문조사로 결론 낸 것을 소극적 조처로 본 것이다. 그는 “군대 내 신병 교육과정의 구습을 드러낸 사건인 만큼 다른 기관과 관계없이 인권위 역량을 동원해 문제를 찾겠다는 적극적 생각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성확정(성전환) 수술 후 강제 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변희수 하사에 대해 ‘일반사망’으로 처리한 국방부에 재심사를 권고하는 인권위 결정을 이끌어낸 이력이 있다. 이 권고를 계기로 실시된 재심에서 변 하사는 순직이 인정돼 최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퇴임 후에도 박 교수는 인권위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상임위원으로 재직할 당시의 고민을 담아, 인권위 진정처리의 이론적 기초를 닦기 위한 논문도 두 편 썼다.

박 교수는 후임 인권위원장·인권위원이 ‘인권 감수성’과 ‘인권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권위원장 선정 방식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결을 같이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그럼에도 인권위원이 되는 순간, 지명 배경에서 벗어나 인권적 차원의 판단에 입각한 토론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인권위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 힘을 얻는 기관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임명권자가 부디 인권 감수성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임명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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