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대표팀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린 25일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선 유쾌한 그림이 나왔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만리장성을 무너뜨리면서 금메달을 따냈던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42)이 혼합 복식 주자인 신유빈(20·대한항공)과 임종훈(27·한국거래소)을 상대로 깜짝 레슨을 소화한 것이다. 말끔한 정장에 구두를 신은 그가 네트로 공을 넘길 때마다 주변에선 웃음꽃이 절로 피어났다.
유 회장이 이날 라켓을 잡은 것은 두 가지 의도가 있었다.
유 회장은 먼저 전날 대진 추첨에 충격을 받은 선수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한국은 탁구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중국을 최대한 늦게 만날 수록 메달을 따낼 가능성도, 그 메달의 색깔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추첨에선 여자 단체전과 혼합 복식이 중국과 4강에서 만나고, 남자 단체전은 8강부터 부딪치는 불운에 직면했다. 남·녀 구분 없이 선수들의 얼굴 표정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 회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아테네 올림픽 당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던 유 회장은 “두렵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자신감을 갖자”면서 “중국 선수들도 우리를 일찍 만난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일봉까지 따로 준비한 유 회장은 “우리가 뒤에서 버티고 있다.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전부 책임질 테니 자신감있게 가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유 회장의 깜짝 레슨은 한국 탁구에서 사라진 펜홀더 플레이 적응을 돕는 차원도 있었다. 신유빈과 임종훈이 27일 혼합 복식 16강에서 맞붙는 첫 상대가 독일의 당치우와 니나 미텔함인데, 당치우가 보기 드문 펜홀더 선수이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선수들이 당치우 선수를 대비해달라는 요청이었다”면서 “(중국에서 완성된) 이면타법이 사라진 상황이라 연습할 상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의 적극적인 외조에 선수들도 모처럼 미소를 되찾았다. ‘맏언니’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는 “우승해야겠다”면서 27일 시작되는 올림픽에 자신감을 전했다. 대표팀은 27일 신유빈과 전지희가 여자 개인전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빛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