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강제동원됐던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한 것으로 26일 전해지자 야당은 “일본의 과거사 지우기에 동의해주겠다는 것” “도대체 어느나라 정부냐”고 강경 비판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강제동원의 피해 현장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겠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마당에,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과거사 지우기에 동의해주겠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이미 윤덕민 주일 대사가 등재 추진에 ‘절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시점에서 예견됐던 결과였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조차 지키지 못하는 정부에 천불이 난다”면서 “민주당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핑계로 역사에 죄를 짓지 말고,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막으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진행될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WHC)의 사도광산 유산등재 여부 심사를 두고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가까스로 한·일간 합의가 막판에 이뤄지고 있다”며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내일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일 간 (등재 찬반)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사도광산 인근에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알리는 시설물을 설치하기로 한·일 정부가 잠정 합의하면서 유산 등재에도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유산 등재는 통상 21개 회원국 전원 동의로 이뤄져 한국이 반대할 경우 찬반 대결을 하는 등 등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던 상황이다.
야당은 특히 일본이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때를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생략했다가 지적을 받고 이를 알리겠다고 했지만 전시장을 현장이 아닌 도쿄에 마련하는 등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황 대변인은 “(사도광산에 대한) 일본의 실질적 조치를 약속받기 전에 군함도에 대한 약속 이행부터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과거의 약속조차 지켜지지 않았는데, 미래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천진난만한 외교에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이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정부가 어찌하여 일본 앞에서만 서면 이토록 한없이 관대해지나. 이러니 ‘굴욕적 친일정권’이란 비판이 쏟아져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일본과의 잠정 합의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홍 수석대변인은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시절 최소 2000여 명의 우리 동포들이 그들의 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어 노역했던 곳, 이름도 없이 무수히 죽어갔던 곳”이라며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도 애초 유산 시기를 에도시기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꼼수를 피운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정부당국은 일본이 전체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질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했으나, 지난 군함도 등재 때도 합의를 뒤집어 뒤통수를 세게 쳐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등재 합의가 그렇게나 서둘러야 할 중대사인가. 성실한 준수를 모두 확인하고 난 다음에도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