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특검 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
“어느 공직자보다 공정성 모범 보여야”
언론인들에 대해서도 “책임의식 망각”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에게서 포르쉐 렌터카 등을 무상 지원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6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특검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366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박 전 특검 등에게 총 3019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모씨에게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박 전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으로 재직하던 2020년 김씨로부터 250만원 상당의 포르쉐 렌트비를 무상으로 지원받고 세 차례에 걸쳐 86만원가량의 수산물을 받는 등 총 336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박영수 피고인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규명을 위해 임명된 특검으로서 어느 공직자보다 공정성, 청렴성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김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박 전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별검사법 제22조는 ‘헌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벌칙이 특별검사법에서 정한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검도 청탁금지법 벌칙 규정을 적용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박 전 특검은 법정에 이르기까지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이용한 사실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았다”며 “다만 차량을 제공받고 수산물을 수수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고 다른 전과가 없는 점은 유리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골프클럽 세트, 차량과 술자리 향응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언론인들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엄성섭 TV조선 보도해설위원과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전직 중앙일보 기자는 각각 벌금 1200만원, 500만원, 2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어 추징금 각각 831만9490원, 52만원, 150만원을 명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언론인으로서 누구보다 먼저 사회 부조리에 대하여 고발하고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해야 함에도 책임 의식을 망각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씨로부터 수산물을 수수하고 딸의 학원비를 대납받은 혐의를 받는 이모 현직 부부장검사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수수받은 합계가 1회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봤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1회에 100만원을 넘거나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 경찰의 위법 수집 증거 ‘인정’
다만 2차 증거 위법성은 “인과관계 따져야”
재판부는 이날 박 전 특검 등이 재판정에서 줄곧 “경찰이 증거를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압수한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변호인 참여 없이 살핀 것은 적법 절차를 위반한 것이고, 압수수색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 전자정보를 삭제·폐기하지 않은 점이 위법하다고 봤다. 삭제·폐기하지 않은 전자정보에서 확보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받은 것 역시 위법한 증거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김씨 휴대전화 전자정보는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위법 수집 증거는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재판부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기초로 한 2차 증거가 곧바로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인과관계를 따져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박 전 특검 등에 대해 신문조서가 이뤄졌을 때는 경찰이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한 때로부터 약 7개월이 지났고, 검찰이 새롭게 확보한 증거로 조사가 진행됐다는 부분 등은 1차 위법 수집 증거와 달리 봐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부받은 영장 집행을 통해 획득한 물적 증거 등은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얻은 증거와 관련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증거 능력으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