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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 ‘제로’ 사태, 정부의 방송장악 무리수가 자초한 일

입력 2024.07.26 18:16

야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26일 자진사퇴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26일 자진사퇴한 이상인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이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자진사퇴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면직안을 재가했다. 지난 2일 김홍일 전 위원장 사퇴로 직무를 대행한지 21일만이다. 이로써 방통위 상임위원 5인이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자 직무정지를 피하려 전임 위원장들처럼 ‘꼼수 사퇴’로 대응한 것이다. 야당의 잇단 공직자 탄핵이 과도해 보일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법원의 위법 지적도 무시한 채 ‘2인 체제’ 방통위를 고집해온 정부·여당의 온갖 무리수가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그 의도가 공영방송 장악임을 모르는 국민도 없다.

대통령실은 이날 “방통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야당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야당을 탓했다. “국회가 정쟁보다는 국민의 절박함에 귀기울여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대통령실이 방통위를 파행 운영하면서 정쟁과 충돌을 유발해온 원죄는 외면한 어이없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윤 대통령은 야당 추천 위원(2명) 임명을 거부한 채 10개월 넘도록 대통령 지명 몫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만의 비정상 방통위를 만들었다. 그동안 KBS 박민 사장 선임, YTN 민영화에 이어 남은 MBC마저 ‘친윤 방송’으로 만들기 위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 절차를 밀어붙였다. 야당은 정부에 맞서 위원장 탄핵을 추진하고, 그 때마다 대통령실은 꼼수 자진사퇴로 대응했다. 그 결과 3개월·6개월 위원장에 이어 사상 초유의 방통위 상임위원 ‘제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국가기관과 장관급 공직을 비정상적으로 사유화하며 법과 상식을 유린한 것은 바로 윤 대통령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는 전날부터 이어온 방송통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종결하고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방송 4법’ 중 첫번째로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2인에서 4인으로 늘려 방통위의 파행을 방지하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며 이 또한 막아서고 있다. 그들만의 2인 방통위로 방문진 이사진 선임 을 강행하며 폭주하겠다는 뜻이다. 정국 갈등의 원인을 제공해온 대통령실이 ‘국민의 절박함’ 운운하며 국회를 비판하니 그 뻔뻔함에 기가 막힌다.

대통령실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해서 방송을 장악한다한들 국정 동력이 회복되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정권 비판 보도에 대해 무더기 징계를 내렸지만 총선과 국정에 도움이 되었는지 냉정히 살펴보기 바란다. 정부·여당은 방송 장악 폭주를 멈춰야 한다. 지금이라도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방문진 이사진 선임과 방송4법 의결 절차의 잠정 중단’, 즉 잠정 휴전을 수용해 출구를 찾는 지혜를 발휘하길 당부한다. ‘국민 눈높이 정치’를 강조해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무엇인지 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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