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들이 정국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김 여사 문제가 윤 대통령과 여권의 아킬레스건이 될지 주목된다.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선물한 최재영 목사와 주고 받은 메시지가 날것으로 공개되고, 야당이 이를 빌미로 대대적 공세를 펴면서 김 여사는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검찰 수사에 맞춰 다시 여론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야권은 국정농단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부담감과 함께 이젠 “타격도 없다”는 자조까지 들린다.
김 여사가 최 목사와 나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주요 공격 지점이 되고 있다. 28일 최 목사의 주장 등을 종합하면, 김 여사는 최 목사와 2022년 2월부터 약 1년 반 정도 SNS 메시지를 주고 받았고 이 중 일부를 최 목사가 언론에 공개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최 목사를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국민동의 청원 관련 2차 청문회로 불렀다.
최 목사는 이 자리에서 “(김 여사가) 수석도 야단치고 장관 자리, 차관 자리 (임명할 때) 전화해서 의향도 직접 묻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 여사가 불과 2~3미터 앞에서 금융위원 임명하는 걸 목격했기 때문에, 제도상으로 민정수석 역할을 하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인지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김 여사가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선출된 권력이 아닌 김 여사가 정부의 공적인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대표는 김 여사와 어떠한 인사 문제도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진위 여부를 떠나 김 여사 논란이 개인→당→정부 차원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여사 논란은 초기에는 허위 이력 기재, 명품백 수수, 주가조작 연루 등처럼 김 여사 개인 차원의 문제였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은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로 당을 분열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김 여사의 사과 여부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여기에 더해 김 여사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전선이 확장되면서 김 여사가 정국의 모든 곳에서 논란이 되는 블랙홀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여당 내에선 김 여사 논란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걱정되는 지점은 ‘이런 문자(메시지)가 또 많이 있겠구나’, ‘이런 식의 대화가 (다른 사람과도) 많았겠구나’라는 것”이라며 “권력자들은 말을 줄이고 상대방으로부터 정보를 얻으려 하는데, 김 여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서 논란이 계속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야당은 채 상병 특검에 이어 김 여사 특검을 정국 화두로 꺼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지난 24일 김 여사 조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수수 등을 조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검법’이 상정됐다. 김 여사가 연루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채 상병 사건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에서도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야권은 이런 정황 등을 근거로 김 여사 국정농단 의혹에 공격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입장을 둘러싼 내우외환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김 여사 문제뿐 아니라 여당 미래권력으로 떠오른 한 대표와의 불안한 관계도 ‘내우’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김 여사 특검법 등으로 공세를 올리는 상황은 ‘외환’으로 볼 수 있다. 체코 원전 수주 등 일부 호재에도 감점·불안 요소들이 즐비한 셈이다.
김 여사 논란의 대책으로 거론되는 제 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제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제 2부속실을 설치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며 “최 목사 같은 인물을 막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여사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특별감찰관도 제 2부속실 설치도 (대통령실이)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김 여사 문제는 더 이상 대처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다만 이미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더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