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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중인 사회

이 지면에 글을 시작할 즈음 만났던 친구들이 있다. 그중 2016년 가을로 돌아간다면 광장에 서지 않을 것이라 말했던 이가 있었다. 그는 ‘갈가리 찢긴 채 내전 중인 사회’ 때문이라고 했다. 새로운 전환의 시작점으로 보였던 촛불광장, 그러나 한국사회는 급속도로 청산과 복수, 응징이 반복되는 수렁에 빠졌다. 그 얘기를 나눴던 때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난 오늘날, 정치는 행정부(대통령)와 입법부(야당)의 정면충돌로 격화되고 있다. 사회도 화해할 수 없는 적대의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다. 출구는 있는 걸까.

대통령제는 지금처럼 작정하고 싸우려 드는 정국에서 구조적인 취약성을 드러낸다. 특히나 분점정부(여소야대) 상황은 갈등을 증폭시킨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대통령과 의회로 양분되어 ‘이중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평중 교수는 “이중권력 상태”라 말하기도 한다. 한 국가 안에 두 정치세력이 통치권을 두고 다투는 내란상태라는 것인데, 문제는 탄핵과 거부권을 비롯해 각종 법이 보장하는 권한이 최대치로 동원되고 있어 정치규범이나 제도 신뢰가 처참히 붕괴한다는 데 있다. 유시민은 대통령을 보고 ‘도자기 박물관 속 코끼리’ 같다고 했는데, 그보다 우리는 도자기 박물관 속 코끼리 두 마리가 거침없이 다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미국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민주주의 퇴행 일반을 보여주는 덕에 한국의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데 다수 인용되어왔다. 그러면서 자제의 규범, 상호존중 등이 강조되기도 했다. 사실 책에는 이 외에도 중요한 결론이 있다. 저자들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구출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광범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노선이 비슷한 집단 간 연합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연합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온전히 지켜낼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연합형태로 이질적인, 그리고 여러 사안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집단이 하나로 뭉치는 연합”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연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 말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두 코끼리’에 맞서는 연합, 즉 일방을 제거하기 위한 연합이 아니라 그들이 자행하는 민주주의 파괴에 단호히 맞서는 ‘초당적 민주주의자 연합’ 말이다.

202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버몬트 주지사는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당을 넘어 나라를 위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국을 위해 ‘바이든을 지지했던 공화당 인사’(바이든 리퍼블리컨)는 750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들의 행동이 던지는 교훈은 분명하다. 우리 정치에 내부성찰, 내부비판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 내부로부터의 자성의 목소리와 정파를 넘어서는 정치, 이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자 연합이 절실하다.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기획국 선임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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