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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동

  • 이설야 시인
[詩想과 세상]탑동
누군 깨진 불빛을 가방에 넣고
누군 젖은 노래를 호주머니에 넣어

여기 방파제에 앉아 있으면 안 돼
십 년도 훌쩍 지나버리거든
그것을 누군 음악이라 부르고
그것을 누군 수평선이라 불러

탑동에선 늘 여름밤 같아
통통거리는 농구공 소리
자전거 바퀴에 묻어
방파제 끝까지 달리면
한 세기가 물빛에 번지는 계절이지

우리가 사는 동안은 여름이잖아
이 열기가 다 식기 전에 말이야
밤마다 한 걸음씩 바다와 가까워진다니까
와, 벌써 노래가 끝났어
신한은행은 언제 옮긴 거야

현택훈(1974~)


시인은 제주에 살면서 제주어로 시를 쓴다. 시인이 쓴 시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탑동 방파제 앞에 다다르게 된다. 오래전 탑동은 너른 바다가 한없이 펼쳐지던 곳.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아이들은 보말과 깅이를 잡던 곳. 먹돌들이 구르다가 물처럼 울던 곳이었다. 어느새 먹돌들은 바다와 함께 사라져 광장이 되었고, 위험한 파도가 넘실대던 곳에는 건물들이 고속 엘리베이터와 함께 끝없이 올라갔다.

시인은 탑동 방파제에 “앉아 있으면 안 돼”라고 당신에게 말한다. 이 방파제는 순식간에 십 년 전으로 당신을 불러들이거나 “십 년도 훌쩍 지나” 버린 곳으로 당신을 데려다 놓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 방파제에 앉으려면 당신은 그런 각오쯤은 해야만 한다. 그런 것에 대해 누군가는 “음악”이라 하고, 누군가는 “수평선”이라 한다. 당신은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당신은 당신을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나.

시인은 노래한다. “우리가 사는 동안은 여름이잖아”라고. 이 여름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우리가 해야 할 일들과 하지 말아야 할 무수한 일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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