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베르탱과 올리브나무

이선 한국전통문화대 명예교수

제2의 프랑스 혁명, 파리 올림픽이 드디어 개막되었다. 사상 처음 시도된 야외 개회식은 파리 센강을 중심으로 시내 전체를 관통하며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보여준 한 편의 야외 오페라였다. 파격적이고 혁명적이었던 개회식을 통해 다양성과 독창성을 추구하는 프랑스의 자유정신을 마음껏 발산하였다. 올림픽의 엠블럼은 또 어떤가. 불꽃 속에 숨어 있는 자유의 여신은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100년 만에 파리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이거니와 현대 올림픽의 시조가 프랑스 파리 출신이니 프랑스인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행사일 것이다.

신을 모시는 일종의 제례 행사로 시작된 고대 올림픽은 BC 8세기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로마의 황제 테오도시우스가 이교도의 종교행사로 간주하여 4세기 말에 중단되었다가 19세기 말 스포츠 마니아이자 세계 평화를 사랑했던 프랑스인 쿠베르탱(Coubertin)에 의해 부활하여 지금에 이른다.

쿠베르탱은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창설자로 알려졌지만, 올림픽의 상징적 깃발인 오륜기를 고안한 것도 그였다. 흰색 배경에 파랑, 노랑, 검정, 초록, 빨강의 오륜기는 올림픽으로 하나가 된 다섯 대륙과 모든 국가의 색상을 나타낸다. 오륜기를 고안하기 전에 그는 고대 올림피아 제전에서 제우스에게 올렸던 올리브나무 가지로 만든 화관을 올림픽의 엠블럼으로 디자인했다. 1920년대 후반까지 그가 사용하던 공식 문서 상단에 올리브나무 화관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원래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투에서 피 흘려 쟁취한 승리의 죄를 씻기 위해 장식한 월계관과는 달리, 올리브 화관은 평화롭고 공정한 시합에서 승리한 대가와 그 상징이었다.

어린 시절 전쟁을 겪었던 쿠베르탱의 목표는 스포츠를 통해 인류의 교육적 혁신을 달성하는 것이었다. 그는 1894년 올림픽 부활을 위한 파리 국제회의 축하 행사에 초대되어 ‘평화롭고 정중한 경쟁(peaceful, courteous contests)을 통해 최고의 국제주의(internationalism)’를 구성하기를 역설했다. 그의 희망은 올림픽 정신으로 이어졌다.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올리브 화관이 오륜기로 바뀌었지만, 평화와 우정, 그리고 공정이라는 올림픽 정신은 변함이 없다. 세계 곳곳에 전쟁과 테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지금, 스포츠를 통해 우정과 평화로 세계를 통합하려는 쿠베르탱의 신념이 실현될 수 있을까. 잠시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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