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역사관·법카 유용 문제”
여 “증거 없어…망신주기만”
야, 임명 땐 탄핵안 발의키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전MBC 사장 재임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역사관 등을 이유로 이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여당은 전례 없는 사흘간의 청문회가 이 후보자 망신 주기에 그쳤다며 결격 사유가 없다고 맞섰다.
과방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다. 야당에선 보고서 채택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부적격 사유가 쌓이는 자가 이 후보자”라며 “그냥 수사기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가지 말아야 할 노래방, 주점, 골프장, 고급 호텔 등에서 마구잡이로 회삿돈을 썼다”며 “업무용으로만 법인카드를 썼다는 해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5·18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등을 폄훼하며 ‘정치적 편향성’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정훈 의원은 “사적 유용으로 가족끼리 밥 먹었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 없다”며 법인카드 유용 논란으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 사례를 거론해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탈북자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원의 면책 특권을 남용한 한 인간에 대한 심각한 인신공격 명예훼손 집단공격 인민재판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냐”며 “인민재판이라는 표현을 여기서 쓰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최 위원장은 박 의원에게 사과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종합의견으로 보고서를 채택하자”고 했지만,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보고서 채택을 보류하는 의견을 내겠다”고 맞섰다. 결국 최 위원장은 “정부가 이 후보자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면 다시 논의하겠다”며 결론을 내지 않은 채 회의를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 임명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향후 이 후보자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밟는 즉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다음달 2일 과방위 현안질의에 이 후보자를 다시 출석시키기로 했다. 이 후보자를 탄핵한다고 해도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점은 민주당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