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 실패로 집값 키우는 정부, 임대차법은 왜 없애려 하나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노리는 ‘로또 아파트’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꿈틀거리는 매매·전세 가격에 실수요자 불안 심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집값 불안을 “일시적 잔등락”으로 과소평가했던 정부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부동산 정책을 실기해 온 정부가 엉뚱한 진단·해법으로 집값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는 전날부터 전 국민 로또방을 방불케 했다. 서울 서초·양천구, 경기 동탄 등 청약 관심지에서 시세 차익 5억~20억원 거론되는 특별공급·무순위 추첨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자 한때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접속자가 폭주했다.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싼 분양가 아파트에 청약 과열이 나타난 것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고삐가 풀린 상태다. 서울 아파트값은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구 등에서 신고가 거래가 줄 이어지며 18주 연속 올랐고, 전셋값 역시 62주 연속 상승세다.

최근의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 우려’와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착공 실적은 2만1896가구에 그치며 2022년(4만5099가구)보다 51%나 격감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인허가 된 주택 12만6000가구도 지난 5년 새 최저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집값 폭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럼에도 정부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 대출 규모를 늘리고 신생아특례대출 자격을 완화해주면서 ‘집 사라’는 신호만 시장에 보냈다.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두 달 연기하면서 마지막까지 주택구입 수요를 자극했다. 수급 엇박자가 집값 불안을 키운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주택 정책 혼선과 오처방에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추세적 (집값) 상승은 아니다”라고 선 긋더니, 대통령실은 이날 “임대차 2법이 4년치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전셋값을 상승시키는 압력을 만들고 있다”며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은 법 시행 2년차인 2022년 하반기 전에 이미 사용돼 임대차법으로 인한 전셋값 상승 압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대인들이 요구하는 전월세 상한제 폐지도 장기적으로 세입자 주거 안정을 흔들 수 있다. 전국적으로 번진 전세 사기 피해에 대한 실효적 대책은 나 몰라라 하면서 집값 불안만 키울 처방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정부의 임대차법 폐지를 막고, 세입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살려 끊임없이 실효적인 보완책을 찾기 바란다.

29일 오후 한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 팝업창에 ‘대기자 249만명 이상, 예상 대기시간 692시간 이상’ 등의 안내문이 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캡처

29일 오후 한때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 팝업창에 ‘대기자 249만명 이상, 예상 대기시간 692시간 이상’ 등의 안내문이 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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