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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 중단해야

입력 2024.07.30 20:58

수정 2024.07.3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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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속도전을 펼치듯이 2025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를 일부 과목에 도입하고, 2028년까지 전 과목 도입을 목표로 추진할 것이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디지털 교육과 교과서의 부작용을 심각히 경험한 많은 나라들이 가는 길과는 사뭇 다른 길이다.

스웨덴은 2023년 9월부터 디지털 교육을 중단했고, 프랑스도 비슷한 시기에 학교 내 스마트폰을 제한하기로 했으며, 독일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맞춤형 디지털 교육을 전면화하며 2013년 개교한 미국의 디지털 기반 학교들은 현재 대부분 폐교한 상태다. 가장 유명하고 투자를 많이 받았던 알트 스쿨을 심층 취재한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자 멜리아 로빈슨은 디지털 교과서 교육의 결과를 문맹자 양산, 피상적 기술의 습득, 사고력의 부재로 정리했다. 그녀는 교사의 철학적 안내 없는 혁신 기술의 적용은 교육 불가능 상태에 도달할 뿐이라고 첨언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적어도 다음의 5가지 이유만으로도 중단되어야 한다.

첫째, 디지털 교과서는 학습을 향상시키지 못한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문해력 전공 교수인 패트리샤 알렉산더는 종이책을 통한 학습결과가 더 좋다는 연구가 지배적이고, 본인 연구에서도 종이책 학습자가 설명과 이해, 암기, 독해력 등 모든 면에서 더 나았다고 한다. 디지털 교과서 학습자는 스크롤 속도만 빨랐지 의미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둘째, 디지털 교과서에 기반한 학습은 여러 인지능력, 특히 주의집중력을 훼손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넘쳐나고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수많은 디지털 도구가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간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아이들 손에 쥐여준 디지털 교과서로 인해 아이들의 주의력만 도둑맞을 것이다.

셋째, 디지털 교과서 사용은 심각한 건강과 심리문제를 유발한다. 고려대 간호학과 서문정애 교수팀은 시범적으로 도입된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한 40개 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바 있다. 디지털 교과서 학습자들에게 시각 피로와 시력 저하, 거북목과 등의 통증, 척추측만증뿐 아니라 신체 활동의 감소, 비만의 증가 등이 더 발생했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이 학생들에게는 신체적 증상뿐 아니라 심리적 증상으로 조바심, 짜증, 불안이 더 높아졌다는 결과도 나타났다.

넷째, 디지털 교과서 사용에 친숙한 환경을 가진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의 격차가 커질 것이다. 그래서 격차를 줄이기보다는 새로운 교육 격차를 만들 것이다. 부모를 포함한 디지털 교육 환경의 차이에 따라 얼마나 큰 교육 격차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우리는 코로나19 시기에 여러 연구 결과들로 확인한 바 있다.

끝으로, 디지털 교과서는 알트 스쿨의 폐교 교훈을 통해 깨닫게 된 것처럼 아이들의 사고력, 판단력, 통합적 능력도 사라지게 할 것이며, 지적 도둑질과 표절, 잘못된 인용과 지식의 배합으로 지식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학교 교육을 교사에서 회사로 바꾸는 과정이고, 교육을 영업으로 바꾸어 회사의 공급에 매달리게 할 것이다. 최근 LA 교육청에 있었던 사례처럼 회사가 사라지면 교과서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폐단이 많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교실혁명이라고 주창하며 빠르게 실행하려는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교육을 영리기업에 종속시키고자 하는 반교육적 도발이 아닐까? 알트 스쿨의 예를 보았듯이 학부모와 교사들은 구매자나 협조자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문맹의 중독자나 가벼운 자료 제작술만 익힌 가짜 학습자가 되어, 미래가 망가질 것이다. 국정 교과서 사태와는 다른 차원으로 포장된 교육 파괴 정책이 바로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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