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메달의 가치 …중국 3색 반응
자국 수영선수 잦은 도핑 검사에도 불만
남·북·중 탁구선수 셀카에는 “감동” 화제
29일 월요일 프랑스 파리 베르시 아레나에서 열린 2024년 하계 올림픽 체조 남자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의 쑤웨이더가 철봉에서 떨어지는 실수를 했다.AP연합뉴스
금메달이 전부일까.
스포츠가 국가의 위상을 빛내야 한다는 강박이 강한 사회에서 올림픽 때마다 던져지는 질문이다. 한 선수의 실수로 눈앞에서 금메달을 놓친 올림픽 남자 체조 경기 결과를 두고 중국에서 익숙한 논란이 재현됐다. 중국 수영 대표팀에 대한 잦은 도핑 검사도 네티즌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반면 탁구 혼합복식 시상대에서 한국·북한·중국 선수들이 함께 찍은 셀카 장면은 ‘메달을 넘어서는 올림픽 정신’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9일 열린 올림픽 체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은 최종 라운드를 남겨두고 3.267점 차이로 2위 일본을 앞지르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금메달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쑤웨이더는 두 차례나 철봉에서 떨어지는 큰 실수를 했다. 0.532점 차이로 일본이 금메달, 중국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쑤웨이더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동료들에게 사과했다.
쑤웨이더는 다른 선수의 부상으로 이번 올림픽 직전 대표팀에 합류했다. 2023년 세계 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실수를 한 적 있었는데 당시에도 금메달은 일본이었다.
중국 온라인에는 쑤웨이더를 향한 욕설과 비난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실수에 대한 비난할 뿐만 아니라 “사과 태도가 불량하다” “팔 근육이 체조선수답지 않다” “급작스럽게 교체 출전한 것을 봐서 뒷배가 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올림픽 출전 자격을 문제삼았다. 두 차례나 일본에 금메달을 선사했다며 “민족의 죄인”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온라인이 들썩이자 인민일보,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금메달이 전부가 아니다” “남자 체조 대표팀이 금메달을 놓친 것은 쑤웨이더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진정을 촉구했다. 기사 댓글에는 “은메달도 귀중한 것이다” “남자 체조 대표팀을 응원한다” “스포츠는 원래 결과가 잔인한 것이다. 네티즌들도 성숙해지자”는 댓글도 달렸다.
국제 스포츠 대회 성적을 ‘국력’이나 ‘민족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 중국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놓친 선수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낯선 광경은 아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110m 허들경기에서 금메달을 따 육상영웅이 된 류샹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부상으로 기권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허들에 걸려 넘어지면서 ‘국민적 비난 대상’이 됐다.
다만 최근 몇년 동안 중국에서도 올림픽 메달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탁구 혼합복식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볼하트’ 세레머니를 보이자 중국에서도 큰 화제가 된 것이 단적이다.
당시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선수들이 메달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를 즐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라고 평가했다.
쑤웨이더에 대한 비난은 과거로 돌아간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중국 수영선수에 대한 엄격한 도핑 검사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중국 수영선수들이 자국에서 도핑 양성반응이 나왔는데도 출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출전 선수 상당 수가 이번 올림픽에도 출전하면서 세계 수영계에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중국 수영선수들은 현재 더 엄격한 도핑테스트를 받고 있다. 세계수영연맹은 중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파리 현지에서만 최소 10번 이상의 도핑테스트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선수들에 비해 4배가량 많은 수치이다.
중국 다이빙 스타 출신 가오민은 29일 웨이보에 “하루 7번의 도핑 테스트 루틴이 성공적으로 우리 중국 수영팀을 방해했다”며 “온라인에서 금메달이 중요하지 않다며 외국 선수들이 얼마나 여유로운지 얘기하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떠들라. 금메달이 진짜 그들(외국인)에게 중요하지 않다면 그들은 왜 우리 중국 수영 선수들이 매일 몇번의 도핑 테스트를 받는지에 그토록 집착하나?”고 말했다.
중국 수영 대표팀이 예년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가오민의 글 역시 수백만회 공유되며 관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민족주의를 되살리는 불씨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올림픽 전부터 중국 선수에 대한 도핑 의혹을 서방이 중심이 된 “악의적 공격”으로 규정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임종훈, 신유빈과 은메달을 차지한 북한 리정식, 김금용 등이 시상대에서 삼성 Z플립 6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탁구 혼합복식 결과는 중국의 금메달보다도 정치적으로 앙숙이던 동북아 선수들이 화합을 이룬 모습으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동메달을 딴 한국의 신유빈-임종훈, 은메달을 딴 리정식-김금용, 금메달을 딴 왕추친-쑨잉사가 함께 찍은 사진은 31일 중국 온라인에서 하루종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정말 보기 좋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 “국가는 대립해도 개인들은 교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올라왔으며 1970년대 미·중 데탕트(화해)를 이끌어낸 핑퐁 외교에 비교해 “작은 공(탁구)이 또 다시 큰 공(지구)를 움직였다”는 반응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