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당직 인선 과정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가 임명한 서범수 사무총장이 전날 정 의장을 겨냥해 ‘당직자 일괄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한 항의의 뜻으로 풀이된다.
정 의장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발언 순서가 다가오자 “전 발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정책위의장을 맡은 정 의장은 비대위원회의와 최고위원회의에서 항상 정책 현안 관련 발언을 해왔다. 발언하지 않고 순서를 넘긴 것은 이례적이다.
정 의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히 정책에 관해 말씀드릴 게 없어서 발언을 안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 사무총장의 일괄 사퇴 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 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거절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서 사무총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정 의장의 사의 표시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서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새로 왔으니 변화를 위해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에 대해서는 일괄 사퇴해 줬으면 한다는 의견을 사무총장으로서 (한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친한동훈(친한)계로 교체할 결심을 굳힌 것으로 해석됐다.
친윤석열(친윤)계로 분류되는 정 의장의 유임 여부는 한 대표의 당직 인선에서 핵심 쟁점이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정책위의장을 친한계로 교체해야 지도부 9명 중에 자신을 포함해 과반(5명)의 우호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 의장과 친윤계는 당헌·당규상 정책위의장의 임기가 1년이라는 점을 들어 반발해왔다.
새 지도부의 친한계 의원들은 정 의장을 압박했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책위의장 교체가) 너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퇴 요구가) 반영이 돼야 하지 않겠냐. 계속 질질 끌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도 이날 “제법 시간이 지났고 빨리 어떻게든 진행해 새출발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국민들한테 그런 걸 못보여줘서 죄송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박 비서실장은 이어 “(당직자 일괄 사퇴 요구에는 정 의장 뿐 아니라) 다 포함되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의장님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대표쪽이나 현 지도부는 그런 뜻이 아니기 때문에 (당직자) 범주를 넓혀서 (사퇴) 부담을 줄여드리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서지영 전략기획부총장, 김수민 홍보본부장 등은 불참했다. 당대표가 임면권을 쥔 당직자에 대한 ‘일괄 사퇴’ 주문과 관련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