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Z세대의 ‘발랄’ 올림픽

김광호 논설위원
파리올림픽 여자양궁 3관왕 임시현(오른쪽)이 3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개인전 시상식에서  결승 상대였던 남수현과  ‘바늘구멍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 | 올림픽 사진공동 취재단

파리올림픽 여자양궁 3관왕 임시현(오른쪽)이 3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개인전 시상식에서 결승 상대였던 남수현과 ‘바늘구멍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파리 | 올림픽 사진공동 취재단

1996년생부터 2010년까지 출생한 이들은 통칭 ‘Z세대’로 불리는데, 그들 스스로는 ‘젠지(Gen Z)’라고도 한다. 10대 중·후반과 20대 전부가 해당되니 2024 파리 올림픽은 ‘Z세대의 올림픽’이라 할 만하다. 젠지들의 올림픽은 ‘발랄’하고 유쾌하다. 실력과 품격은 물론 근성과 낙관까지, 대표팀의 ‘젠지’들이 보여주는 ‘쏘~쿨’한 긍정 에너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가 어떤 놈인지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 펜싱 사브르 대표팀 네번째 선수, 즉 후보 도경동(25)이 단 한 차례 주어진 기회에서 내리 5점을 따내는 활약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밝힌 소감이다. 16세 총잡이 반효진은 10m 여자 공기소총 결선에서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름을 남기려 독하게 쐈다”고 했다. 펜싱 사브르 개인 결승에서 넘어진 상대에 손을 내밀어 일으켜준 오상욱은 “펜싱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게 한다”고 했다. 여자 양궁 3관왕 임시현은 시상대에 설 때마다 기발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좌절은 젠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수영의 황선우는 주 종목(자유형 200m)에서 결선 진출엔 실패했지만 “내 수영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여자 유도 허미미(57㎏급)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쳤지만 “꿈이었던 무대에서 행복했다”고 했다. 여자 탁구 신유빈(20)은 3일 동메달 결정전에서 접전 끝에 자신을 이기고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는 일본의 하야타 히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축하해 찬사를 받았다.

천재도, 노력하는 사람도 즐기는 이는 못 당한다고 하지만, 즐길 수 있는 힘은 극한에 닿은 노력이 믿음으로 체화될 때 가능하다.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부어 쿨하게 승부를 즐기듯, 시민들이 즐기는 올림픽도 성적만은 아닐 것이다. 승자든 패자든 ‘젠지’ 선수들의 긍정 에너지에서 시민들도 설렘과 희망을 느낀다.

근대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한 인간 완성을 지향했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라는 표어에 집약돼 있다. ‘강하게’가 육체만 아닌 정신의 완성을 의미함은 물론이다. Z세대 올림피언들의 기상은 올림픽 정신에 깊이 닿는다. 젠지들의 발랄하고 품격 있는 에너지가 올림픽의 또 다른 이상인 ‘국제 평화 증진’으로 이어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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