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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식히는 텃밭 농부가 되자

전국이 푹푹 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이 남은 생애 중 가장 덜 더운 여름이 될 수 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될 티핑포인트인 1.5도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경고가 울려왔음에도 이미 넘었다. 정부가 앞장서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모르쇠를 넘어 여전히 자연파괴 개발사업에나 몰두하는 사이 사람들은 각자도생으로 몰리고 있다.

며칠 전 한 계곡에 갔다가 상황의 심각함을 새삼 느꼈다. 계곡 옆 민가에 속한 작은 빈터엔 수개월 동안 통째로 장소 세를 내고 피난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요즘 대프리카라고 불리는 곳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너무 더워 집에선 도저히 살 수 없어 피난왔다고 했다. 일종의 기후난민인 것이다.

뜨거워진 지구를 식히기 위해서는 당장 재야생화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개발로 인해 파괴된 땅을 다시 풀과 나무들의 서식지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풀이 자라고 여러 종의 풀벌레가 사는 곳에서는 생태계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생물다양성의 회복이야말로 기후악화와 자연재해, ‘해충’의 급격한 증식과 같은 파괴적인 상황을 돌려놓을 유일한 방법이다.

재야생화와 나란히 진행해봐야 하는 일이 또 있다. 텃밭 농부가 되는 것이다. 텃밭 농사는 인간이 먹기 위해 식물을 키운다는 점에서 인간 위주의 활동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인간을 넘어서는 복수종적 사유를 시작하게 해주는 장소도 될 수 있다. 일단 손으로 흙을 만지는 것으로 시작해 그곳에 서식할 식물을 잘 기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되면서 시나브로 자신이 텃밭이라는 아주 작은 지구 생태계와 얽혀 있다는 사실을 감각할 수 있다. 일단 얽힘에 대한 감각이 돋아나기 시작하면 그 무엇도 예전처럼 막대하거나 함부로 하기는 힘들어진다.

게다가 먹거리 일부나마 자급해보면 내가 자급하지 못하는 나머지 먹거리를 농사지어주는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면 내가 그것을 길러 먹지 않고 사서 먹는 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눈물이 들어가게 되는지를 아주 조금씩이라도 깨닫게 된다. 이를테면 매일 깻잎 4만장을 따야만 한다는 이주여성농업노동자의 상황 같은 것 말이다.

산업자본주의 등장 후 현재까지 탄소배출은 급증했고 그 탓에 지구는 유사 이래 가장 뜨겁게 불타고 있다. 그런 자본주의가 만든 풍요로 인해 집 안은 상품으로 사들인 것들로 가득 찼지만 정작 느긋하게 음식을 해먹을 시간은커녕 맘 편하게 늦잠 자 볼 시간도 없이 살아간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마저 겨우겨우 틈을 내야 가능할까 말까다. 아무도 누구를 돌볼 여유가 없어 돌봄마저도 상품이 되고 있다. 이런 것들이 현 체제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정말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한국은 인구의 4%만이 농민인 나라다. 식량자급률도 최하위국이다. 먹어야 살고 살아 있어야 학문도 하고 과학기술도 하고 예술도 하고 정치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좀 다르게 살아보자. 상품을 생산하는 노동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삶을 생산하는 노동의 가치에 온 세계가 전념해 보자. 그러는 동안 지구는 알맞게 식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될 것이다.

박이은실 여성학자

박이은실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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