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상황실. 김창길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티메프의 모기업 큐텐그룹의 재무본부장인 이시준 전무의 최근 2년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큐텐그룹의 재무를 총괄하는 이 전무는 이번 정산 지연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검찰은 이 전무로부터 확보한 업무상 통화 내용을 분석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가리기 위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수사 과정에서 이 전무의 휴대폰을 확보했다. 이 휴대폰에는 이 전무가 지난 2년간 통화한 내역이 녹음 파일 형태로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일과 2일 이틀에 걸쳐 이 전무 사무실을 비롯해 큐텐 사무실과 티몬·위메프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 전무를 2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첫 번째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주요 인물이었다.
이 전무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의 최측근으로도 알려져 있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이후 두 기업의 재무팀을 따로 분리해 다른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가 재무 업무를 관리토록 했다. 이렇게 한 곳에 모인 재무 업무를 총괄한 인물이 재무본부장인 이 전무였다. 이 전무는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이나 판매 대금 정산 업무도 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의 ‘키맨’으로 지목됐다.
이 전무는 그룹 내 자금 이동이나 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정산 등 업무를 수시로 전화 통화로 지시했고 이 내용을 모두 녹음 파일 형태로 휴대폰에 저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무가 구 대표의 손꼽히는 측근이었던 만큼 이 파일에 구 대표와의 통화 내용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큐텐 그룹은 2022년 10월 티몬을 시작으로 인터파크 커머스와 위메프, 위시와 AK몰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2년의 통화기록 안에 이 전무가 재무본부장으로 활동한 이후 모든 행적이 담겨있다는 의미다.
검찰은 통화 내역을 분석해 대금 정산 지연 발생 경위와 티몬·위메프 경영진 인지 시기 등 사건 전반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도 티몬·위메프·큐텐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사원급 직원 컴퓨터까지 백업해 가는 등 수사 범위를 전사적으로 넓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