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7일 희망버스가 다시 출발한다. 이번엔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에 있는 리튬이온배터리업체 아리셀 참사 현장이다. 6월24일 대형폭발사고가 일어나 중국 동포노동자 17명, 한국 노동자 5명, 라오스 이주노동자 1명 포함 총 스물세 분이 사망했다.
충북인뉴스 기자 최현주님 사연은 가슴 아팠다. 얼마 전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특집기사 외에도 줄기차게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그리고 경기도 내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 기사 등을 보도해 주던 참 고마운 분이었다. 그의 남편 김병철님도 사망했다. 아리셀의 연구소장이던 그는 폭발사고가 난 3동으로 사람들을 구하러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평소 현장에서 이주노동자 등을 챙겨 간식과 도시락을 나눠 먹던 이였다고 한다.
우리의 민낯 보여준 진상규명 과정
한국에 온 지 20년이 된 중국 동포노동자 채성범 선생님은 따님을 잃었다. 13년 전 그가 오게 했다. 건물 외벽에 대리석을 붙이는 건설일을 하다 떨어져 죽을 뻔한 후 직종을 옮겨 10여년째 시내버스 기사로 일해 왔다. 격일로 새벽 4시에 출근해 밤 12시40분까지 일하는 중노동이었지만 승객들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왔다. 올해 결혼을 약속한 예비사위와 화성시청 분향소 근처 모텔에서 넋을 잃은 채 지내고 있다. 김재형님은 먼 국경을 넘어 지난 4월12일에 한국에 와서 6월24일 운명했다. 그분들께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지상에선 합당한 말을 찾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참사는 그간 1100만명의 이웃을 비정규직으로 몰아내며 동시에 진행한 ‘위험의 이주노동자 외주화’의 참혹한 결과를 극명히 보여준다. 불법파견돼 어떤 안전교육도 없이 일하던 53명의 파견노동자 중 다수가 이주노동자들이다. 전국의 산재 중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는 내국인의 3배에 달한다. 150만명에 이른 그들 ‘이주민 전태일’이 우리 사회 맨 밑바닥에서 온갖 차별을 감내하며 목숨을 담보로 우리 일상을 지탱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무례하기만 하다. 금번 아리셀 폭발 참사 사고의 진상규명 과정은 그런 우리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화성시는 지난 7월10일부로 유가족 지원을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시청 내 분향소를 7월 말까지 철거하라고도 했다. 추후 분향소 관련 구상권 청구를 위해 유가족들에게 사측의 동의서를 받아오라고까지 했다.
아리셀은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대상 사업장도 아니었다. 더더욱 현행법상 상시적인 제조 라인에는 파견노동자를 투입할 수 없어 불법이다.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은 파견인력 취급 관련 인허가가 없고 고용·산재보험 가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리셀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엔 적용 유예된 것을 악용해 정직원을 50명 이내로 맞추고 필수 생산인력 대부분을 불법파견노동자로 채워 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래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정부는 고용노동부 안전점검공단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아리셀을 우수사업장으로 선정해 왔다. 위험·위해물질 취급사업장에 강제되는 여러 관리 감독도 소홀히 했음이 밝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론을 타고 재빨리 현장을 방문하고 갔지만 그 후 어떤 입장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불법파견 관련법 폐기, 법적으로 금지된 중간착취기구인 사설 인력업체 근절.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사회권 등이 합당한 수준으로 보장되는 법제도 완비가 필요하고, 허울만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여러 요건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회사는 발빠르게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시간이 지나며 합법도급 운운하고 위해·위험물질을 다루는 회사의 중심·상시업무가 단순노무에 해당한다고 말을 흘리고 있다. 중국 길림성 노동자 평균임금으로 보상하겠다며 빨리 합의하면 웃돈을 주는 대신 합의가 늦어지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고용된 변호사와 노무사가 협박을 일삼고 있다. 중국어 문자를 한국인 유가족에게 보내고, 자녀가 없는 가족에게 자녀학자금을 주겠다는 문자를 보낸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93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대책위를 구성했지만 교섭 요구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 비정규직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노조법 2조·3조 개정안조차 거부권을 행사하는 윤석열 정부와 무례한 사측에 뭘 바랄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진정한 ‘평등과 환대, 연대와 마주침’을 위한 아리셀 희망버스에 많은 이들이 함께 마음 실어주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