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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의 연결, 진심의 연결

입력 2024.08.05 20:42

수정 2024.08.0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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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가수 강산에부터 배우 황정민까지 모두 184명이었다. SBS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마지막에 나오는 ‘도움 주신 분들’의 숫자다. 다큐 속에서 고 김민기 학전 대표를 회고하는 이들이기도 하다. 김민기의 삶을 다룬 이 작품을 보면서 등장인물을 메모해봤다. 김민기가 남긴 체취는 ‘아침이슬’이나 ‘지하철 1호선’에도 있지만 그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 사이에 더 짙게 배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엔딩의 이름을 보니, 새삼 그 수가 많았다.

데이터저널리즘팀에서 종종 사람들 사이의 연결, 네트워크 분석을 하는 건 보통 ‘무리 짓기’의 부정적 측면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최근 내놓은 ‘해병대 수사외압, 결정적 순간들’ 인터랙티브 뉴스도 그렇다.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사단장까지 책임을 묻는 채모 상병 순직 관련 수사 결과를 보고하자, 수많은 통화와 접촉이 시작된다. 대통령을 비롯한 39명의 인물이 열흘 남짓 동안 모두 7시간 가까운 통화를 200차례가 넘게 한다. 밝혀진 것만 그렇다.

어떤 목적 없는 연결이었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여기서 인물들 사이에 그어지는 선은 ‘이익의 연결’로 불러도 무방하다.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혹은 일신의 안위를 위해 필사적으로 그들은 선을 놓았다. 박정훈 대령 같은 사람은 ‘불순물’로 취급하면서 소속감에 이어 정의감에까지 취한다. 상식을 항명으로 내몰면서 맨 정신으로 버티긴 어려웠을 터다.

이와 달리 김민기로부터 이어진 연결은 좀 낯설다. “떨이로 음반 넉 장을 내서” 그 돈으로 학전을 만들고, 악보 볼 줄도 모르는 20대 초반 배우들을 불러 뮤지컬을 준비한다. 공연계에서는 처음으로 배우·스태프들과 계약을 하고 최소수입과 러닝개런티를 보장했다. 배우 장현성은 그 시절을 이렇게 말했다. “20대 초반의 배우들이 대표 월급보다 훨씬 많이 받아갔다. 그걸 나눠주시는 날 얼굴이 너무 밝았다.”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이제 한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정작 학전은 항상 재정난에 시달렸고 집은 담보까지 잡혔다. 그러면서도 김민기는 늘 ‘미안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꾼 노래를 만들고도, 그 노래 이야기를 꺼내면 “겨울에 묵은 내복을 벗어놓는 일”처럼 싫어했다. 6월 항쟁 당시 ‘아침이슬’이 울려 퍼지는 거리에 서 있었던 그는 “이제 이건 내 노래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한다.

노래건 돈이건 나눠주기만 했던 김민기로부터 흘러나간 연결이 있다면, 그에게 깃든 연결도 있었다. 엄혹했던 유신 시절,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녹음할 때 선배 가수 송창식은 위험을 무릅쓰고 녹음실을 빌려주었다. 그가 아버지처럼 따랐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자세를 가르쳐줬다. 김민기를 둘러싼 이런 연결과 흐름은 편 가르기가 아니라 어깨 겯기이며, 이익의 연결이 아닌 ‘진심의 연결’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자리매김한다. 그것은 고귀하지만, 한편 위험하다. 박민규는 소설 <핑퐁>에서 “인간의 해악은 9볼트 정도의 전류와 같은 것”이라고 썼다. 고작 마흔 명 정도가 직렬로 연결해도 누군가를 박정훈처럼 감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병렬로 연결한다면, 오래 그 에너지를 함께 나눠 쓸 수도 있다. 김민기가 가르쳐준 진심의 연결처럼.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황경상 데이터저널리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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