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부담 안은 채…필리핀 ‘돌봄노동자’ 입국

조해람 기자

100명 서울시 시범사업 참여
업무 범위 놓고 양국 입장 차
필리핀 “돌봄만” 확고하지만
청소·빨래 맡을 가능성 있어

4주간 한국어 등 교육받은 뒤
내년 2월까지 각 가정서 근무

9월부터 서울에서 시작되는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6일 입국한다. 필리핀 정부는 이들에게 돌봄 관련 업무만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한데, 양국 정부가 체결한 가이드라인은 빨래·청소 등 가사를 떠안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업무 범위에 대한 입장 차이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채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갈등이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6일 새벽 입국한다고 5일 밝혔다.

가사관리사들은 4주 160시간 동안 안전보건·생활법률, 성희롱 예방교육, 직무교육, 한국어·문화교육 등 특화교육을 받은 뒤 오는 9월3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각 가정에서 일하게 된다.

업무 범위를 놓고 한국과 필리핀 정부의 입장차가 남아 있는 점은 앞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사업은 지난해 7~8월쯤부터 본격적으로 준비가 진행됐지만 업무 범위를 두고 양국 이견이 있어 협상이 늦춰졌다. 양국이 쓰는 명칭만 보더라도 필리핀 정부는 ‘돌봄노동자’(Caregiver)’, 한국 정부는 ‘가사관리사’로 무게를 두는 지점에 차이가 있다.

지난달 공개된 양국의 ‘가사관리사 채용 시범사업 실행 가이드라인’은 가사관리사가 아동이나 임신부를 위해 목욕·청소·식사 수발 등 “아동의 개인적 니즈에 따라 합당한 가사서비스”를 하도록 정했다. 하지만 추가 조항으로 “가사관리사는 이주노동부가 사전에 승인한 직무설명서에 명시된 업무를 넘지 않는 한 동거가족을 위해 부수적이며 가벼운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가사노동 부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부수적이고 가벼운 가사서비스’는 돌봄 대상자를 위한 청소 및 세탁, 동거가족 및 생활공간을 위한 가사관리 활동 등이다.

노동부는 “가사관리사는 이용계약에 사전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하고, 이용자는 가사관리사에게 직접 임의로 업무지시를 할 수는 없다”며 “표준계약서를 통해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동계는 가정에서 일하는 이주여성이 가구원의 업무지시를 거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이들이 부당한 노동에 내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티 로즈마리 필리핀 이주노동부 송출국장은 지난 4일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파견하는 인력은 돌봄도우미인데 가사도우미로 잘못 이해된다”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자격(NC2)을 갖춘 유능한 돌봄도우미를 송출할 예정으로, 가사도우미를 보내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필리핀에 본부를 둔 아시아이주자포럼(MFA)도 지난 5월 관련 성명을 내고 “업무 범위에 가사와 돌봄이 모두 포함된 것처럼 보인다. 명확성이 부족해 필리핀 노동자들의 착취와 저임금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소 및 최대 근무시간, 부수적이며 가벼운 가사서비스 활동을 하는 것이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계약에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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