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과학계 “의회 개입 촉구”
일각에선 민간 참여 제안도

달 표면을 주행하는 ‘바이퍼’ 상상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달에서 물을 찾기 위한 무인 탐사차량 개발 계획을 지난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취소하면서 미 과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취소 이유는 ‘비용 과다’로, 인간 달 착륙이 코앞인 상황에서 ‘정찰대’ 역할을 할 무인 탐사차량 건조 계획 자체를 없애는 것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중국과 치열한 우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서 달 개척 방식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과학전문지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은 지난달 17일 NASA가 발표한 달 무인 탐사차량 ‘바이퍼’ 개발 계획 취소를 둘러싸고 미 과학계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과학자 단체인 행성협회가 지난달 말 천체 과학자 1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한을 의회에 전달했다. 행성협회는 “서한은 바이퍼 개발 취소에 대한 의회의 개입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발에 이미) 4억5000만달러(6180억원)를 지출한 우주 프로젝트를 취소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퍼는 달 표면에서 바퀴를 굴려 주행하도록 만들어진 차량이다. 길이와 폭은 1.5m, 높이는 2.5m이며, 각종 탐사 장비가 실릴 예정이었다. 총 운영 기간은 100일로 계획됐다.
바이퍼의 핵심 임무는 길이 1m짜리 드릴 등을 이용해 달에서 얼음 상태의 물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물은 월면에 유인기지를 짓는 것이 목표인 미국 주도의 달 개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2026년 사람 2명이 월면에 착륙할 예정이다.
인간 착륙을 앞두고 정찰대 역할을 할 바이퍼 개발을 NASA가 취소한 것은 비용 때문이다. 원래 지난해 말이었던 바이퍼 발사 시점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올해 말, 그리고 내년 9월로 잇따라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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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억5000만달러가 들어갔지만,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소요 비용이 더 증가할 것으로 NASA는 판단했다. NASA는 이렇게 되면 다른 달 탐사 임무를 바이퍼 때문에 취소하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고, 결국 바이퍼 개발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미 과학계 일각에서는 비용이 문제라면 바이퍼 임무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온다. 지금도 미국은 1960년대 아폴로 계획과 달리 달 탐사에 필요한 주요 장비를 민간기업을 통해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