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탁구 단체전 알렉산드르
왼팔만으로 자신의 경기 이끌고
“22년의 노력 끝 올림픽 꿈 이뤄”
한국 탁구가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체전 16강전에서 브라질에 매치 스코어 3-1로 승리한 6일. 승자는 한국이었지만, 더 많은 박수를 받은 쪽은 라켓을 내려놓은 채 돌아선 브라질의 한 선수였다. 오른팔 없이 왼팔로만 탁구를 치는 브루나 알렉산드르(29)가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알렉산드르는 이날 복식조로 등장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신유빈(대한항공)과 전지희(미래에셋증권)를 상대했고, 4단식 주자로도 출전했다. 결과는 2전 전패. 복식에선 0-3(6-11 5-11 8-11)으로 졌고, 단식에서도 역시 첫 올림픽이었던 이은혜(대한항공)에게 0-3(8-11 5-11 6-11)으로 패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는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왼팔로만 정상적인 경기를 풀어가며 감동을 줬다. 왼손에 든 탁구채로 공을 높이 올리며 서브를 넣거나 불안한 움직임 속에서도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공격을 풀어갈 때면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은혜는 경기를 마친 뒤 “다른 선수와 다를 바 없는 구질과 실력이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알렉산드르는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백신으로 인한 혈전증으로 오른팔을 절단해야 했다. 먼저 탁구를 쳤던 오빠를 따라 7세 때 라켓을 잡았고 10세 때부터 선수의 길을 걸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탁구의 시작인 서브를 제대로 구사하는 데만 2~3년이 걸렸다. 이후 자신만의 탁구를 완성한 알렉산드르는 장애인 탁구에 이름을 알렸다. 알렉산드르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 여자 단식과 단체전에서 동메달, 2020 도쿄 패럴림픽 단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의 꿈은 자신이 비장애인 선수들과 겨룰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있었다. 올해 초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해 4승2패를 기록하며 자신감도 얻었다. 한국전에 나서면서 폴란드의 한 팔 탁구 레전드인 나탈리아 파르티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모두 출전한 선수로 남게 됐다.
알렉산드르는 28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시작되는 파리 패럴림픽에서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알렉산드르는 “나의 올림픽 출전은 스포츠를 넘어 장애인 포용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팔이 한쪽만 있든, 다리가 한쪽만 있든 꿈을 포기하면 안 된다. 나도 22년의 노력 끝에 올림픽에 참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