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의장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동의, 매우 잘못된 일”

박하얀 기자

외교사안 공식 입장 ‘이례적’

“국회, 정부 대응 의혹 밝힐 것”

우원식 의장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동의, 매우 잘못된 일”

우원식 국회의장(사진)이 6일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데에 동의한 정부 대응에 대해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심각하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국회의장이 구체적인 외교 사안에 공식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 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옥섬’으로 불릴 만큼 처참했던 강제노동 현장인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해 제기된 의혹을 밝힐 책무가 국회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의장은 정부의 대응을 두고 “불법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의 피해국인 ‘대한민국 정부’로서 합당한 대응을 촉구한 국회의 결정(지난달 25일 결의)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상식과 보편적 역사 인식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우 의장은 “정부가 밝힌 등재 동의 사유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의 설치자료에 ‘강제동원’ ‘강제노동 피해’ 등의 사실이 적시되지 않은 점을 언급했다. 우 의장은 그러면서 “모르고 등재에 동의했다면 외교 협상의 실패이고, 알고도 동의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우 의장은 또 “‘전시 내용에 대한 사전 합의가 있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를 비롯해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며 일본의 군함도 권고 미이행에 대한 조치와 정부가 일본에 요구한 사항 등에 대해 정부가 “답변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 현립문서관에 있는 ‘반도노무자(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제공을 일본 정부에 요청하라고도 촉구했다. 우 의장은 “정부는 올해부터 사도광산 추도식을 열겠다는 일본 정부의 약속에 의미를 뒀다”며 “추도식에 앞서 누구를 추도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우 의장은 “강제노동한 현장인 군함도와 사도광산이 미래세대에까지 물려줘야 할 유산이 되려면 강제동원의 역사가 분명히 담겨야 한다”면서 “강제동원 피해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지만 배상과 진실을 기억할 의무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 의장 입장문의) 내용을 잘 검토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회 측에 설명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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