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12년 만에 준결승에 오른 지난 6일.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와 이은혜(29·대한항공)는 취재진과 만나 “(신)유빈이, 우리 유빈이 덕에 여기까지 왔어요. 유빈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몰라요”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은 6일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에서 스웨덴을 매치 스코어 3-0으로 눌렀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4위에 오른 뒤 단체전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의 마지막까지 메달을 다투게 됐다.
전지희는 2016 리우 올림픽부터 시작된 험난한 여정을 떠올렸다. 귀화 선수로 에이스 역할을 도맡았던 그는 아쉽게도 최고 성적이 언제나 5위였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이 종목에선 본인이 전승을 기록했지만 8강에 그치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전지희는 4강에 오를 때까지 순탄했던 여정도 “신유빈 덕분”이라고 말했다. 신유빈(20·대한항공)이 한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 8위에 올라 중국과 일본에 이은 3번 시드를 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전지희는 “남들이 볼 때는 (4강에 오르는 게) 쉬울지 모르지만, (2011년 귀화한 뒤) 13년간 노력했기에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요. 그래서 유빈이가 너무 소중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빈이가 대표팀에서 들어와서 저도 많이 바뀌었어요.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에 유빈이만 보면 희망이 생겨요”라고 강조했다.
첫 올림픽 출전인 이은혜는 브라질과 첫 경기에선 긴장한 듯 고전했지만 이날 스웨덴전에선 수비 전형인 린다 베리스트룀을 꺾으면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은혜가 감격한 나머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잡는 장면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은혜는 “간절한 경기에선 저도 모르게 나오는 기도”라면서 “첫 올림픽에서 4강에 올랐다는 사실이 절 행복하게 만들어요. 유빈이도, 지희 언니도 뒤에서 절 받쳐주기에 내 몫만 하면 되잖아요”라고 웃었다.
거꾸로 신유빈은 선배들의 칭찬에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 “언니들이 잘해주니 더 든든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지만, 남은 경기에서도 선배들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전지희는 “메달 색깔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후배들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달라질 수 있어요”라고 말했고, 신유빈은 “후회없이 멋진 마무리를 하고 싶어요”라고 화답했다.
탁구 여자 대표팀은 8일 중국 혹은 대만과 4강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