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핵 금지 조약에서 도망쳤다” 일본 내에서도 비판

조문희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폭 79주년 평화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교도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폭 79주년 평화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한 뒤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교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히로시마 원폭’ 79주년에도 핵무기금지조약(TPNW) 가입 의향을 밝히지 않자 피폭자 단체를 중심으로 “조약으로부터 도망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7일 마이니치신문 등이 보도했다. “핵무기 없는 세상”을 내세우면서 대미 ‘핵의존’을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미마키 토시유키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이사장은 전날인 6일 히로시마 시내 한 호텔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난 후 “총리는 미국의 안색을 살피고, 조약 (비준)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일 히로시마 원폭 79주년 평화기념식 행사에서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나가는 것은 전쟁 피폭국인 일본의 사명”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이후 만남을 가진 피폭자 단체 대표들이 조약 서명·비준 등을 촉구했을 때는 긍정적 답을 내놓지 않아 비판받은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내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TPNW 회의에 일본이 옵서버로 참가하라는 요구에도 답하지 않았다.

히로시마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피폭당한 지역이다.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아사히신문은 “피폭자들을 가장 낙담시키고 있는 게 총리가 핵무기 보유나 사용 등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 금지 조약에 서명·비준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28일 미일 간 2+2(외교·국방 장관) 회의를 계기로 ‘확장억제’ 방안이 논의된 일도 거론됐다. 미국 핵전력으로 일본을 지키는 소위 ‘핵우산’ 논의로, 실무급 외 장관급 회담에서는 처음이어서 핵억지력 강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아사히는 “총리가 호소하는 핵폐절(핵을 없애는 것)의 이상과 일본의 핵무기 의존을 깊게 하는 현실과의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기시다 총리는 당일 행사 후 기자들이 ‘핵우산 의존은 핵무기가 없는 세계 발언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일본과 미국이 핵 실태를 공유하고 신뢰관계를 구축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함께 목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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