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될 이 순간 ‘화룡점정’

파리 | 김은진 기자

기념·추앙·위로·감동…2024 파리의 메달을 더 빛낸 ‘세리머니’

파리 올림픽에서는 특별한 시상식 세리머니들이 눈길을 끈다. 양궁 남자 단체전의 ‘101 세리머니’, 기계체조 여자 마루운동의 ‘추앙 세리머니’, 탁구 혼성복식의 ‘남·북·중 셀카’, 배드민턴 여자 단식 ‘감동의 배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파리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AP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에서는 특별한 시상식 세리머니들이 눈길을 끈다. 양궁 남자 단체전의 ‘101 세리머니’, 기계체조 여자 마루운동의 ‘추앙 세리머니’, 탁구 혼성복식의 ‘남·북·중 셀카’, 배드민턴 여자 단식 ‘감동의 배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파리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AP 연합뉴스

한국의 여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달 29일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각자 오른손 검지를 들고 목에 건 금메달을 그 옆에 들어보였다. 각자 ‘10’을 만들어 10-10-10 세리머니를 펼쳤다. 올림픽 사상 최초의 10연패, 양궁의 완벽한 점수 ‘텐텐텐’을 가리키는 이 동작은 한국 여자 양궁팀만이 할 수 있는 세리머니였다.

이틀 뒤 개인전 금메달을 더한 임시현은 시상대에서 왼손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눈에 갖다댔다. ‘바늘구멍 세리머니’였다. 임시현은 “아시안게임에 이어서 바로 올림픽까지 3관왕을 하는 게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거라고 하던데, 제가 바늘구멍을 통과해버렸다”며 웃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목표,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거는 시상대 위의 시간은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과거 메달을 꽉 깨무는 게 전부였던 시상식 세리머니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3연패한 뒤 맏형 김우진이 가운데서 금메달을 손에 들고 그 오른쪽엔 김제덕, 왼쪽엔 이우석이 검지를 세워 ‘101’을 표시하며 대한민국 올림픽 통산 101번째 금메달을 기념했다.

윤지수, 전하영, 전은혜, 최세빈으로 구성된 펜싱 여자 사브르 팀은 단체전에서 은메달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뒤 건곤감리 모양을 맞춘 귀걸이를 달고 나와 시상대 위에서 귀를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른바 ‘귀걸이 세리머니’였다.

기계체조 여자단체전, 개인종합, 도마까지 3관왕에 오른 미국 체조의 살아있는 전설 시몬 바일스는 마루운동에서 0.003점 차로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은 브라질의 헤베카 안드라지. 안드라지가 호명되고 시상대 위에 올라 두 손을 번쩍 든 순간, 바일스는 동메달을 딴 미국 팀 동료 조던 차일스와 그 양옆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안드라지를 향해 ‘추앙 세리머니’를 펼쳤다. 올림픽 체조 역사상 흑인 선수 3명이 금·은·동메달을 딴 최초의 시상식에서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만들었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에서 안세영에게 져 은메달을 딴 중국의 허빙자오는 시상대에서 왼손에는 자신의 은메달을, 오른손에는 스페인 올림픽위원회 배지를 들고 시상대에 올랐다. 세계랭킹 4위인 마린은 허빙자오와 벌인 4강전에서 게임스코어 1-0으로 앞서던 2게임 도중 무릎이 꺾여 휠체어를 타고 나갈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해 기권했다. 허빙자오는 시상식에서 마린을 위해 스페인 배지를 들고 “뛰어난 선수인 마린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특별한 동작 없이도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며 감동을 선사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남북한 선수들의 셀카 촬영이었다. 탁구 혼성 단체전에서 한국의 임종훈과 신유빈이 3위, 북한의 리정식과 김금용이 2위를 해 이번 대회 처음으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각자 메달을 목에 건 뒤 임종훈이 대표로 카메라를 들어 1위 중국 선수들까지 같이 셀카를 찍었고 모두가 북한 선수들의 반응을 궁금해하는 순간, 2001년생 김금용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올림픽 시상대 위 찰나의 순간, 세상도 시대도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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