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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끼 쏘쏘!

입력 2024.08.07 20:46

수정 2024.08.0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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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끼끼 쏘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트레킹 말고 ‘엘리베이터 트레킹’이라고 있다. 승강기를 안 타고 빌딩 꼭대기 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내려오기. 계단만 이용. 엘리베이터는 쳐다보기만 할 것. 걷기 운동은 몸에 무조건 좋다. 땀이 뻘뻘 나면 씻고, 선풍기 바람 쐬면 돼.

어느덧 입추 소식. 이 징글징글한 폭염도 어김없이 꺾이겠지? 비발디가 ‘사계’를 작곡한 이유도 여름 다음으로 가을, 겨울이 오기 때문. 아무렴 비발디가 천주교 신부님인데 우릴 속여 먹겠어?

“젊어서도 산이 좋아라. 시냇물에 발을 적시고, 앞산에 훨훨 단풍이 타면 산이 좋아 떠날 수 없네. 보면 볼수록 정 깊은 산이 좋아서 하루 또 하루 지나도 산에서 사네. 늙어서도 산이 좋아라. 말없이 정다운 친구, 온 산에 하얗게 눈이 내린 날 나는 나는 산이 될 테야.” 가수 이정선의 노래 ‘산사람’도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여름이 물러나는 건 누군가 간절하게 단풍 노래와 첫눈을 비는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야. 나와 당신도 그중 한 사람일 테지.

한번은 오색 룽다 깃발이 펄럭이는 티베트에 갔다. 길 떠나는 이가 있으면 축원의 말을 건네더라. “라갈로, 끼끼 쏘쏘!” 라갈로란 위대한 승리란 뜻, 끼끼는 신성한 독수리의 울음소리, 쏘쏘는 땅이 쩍쩍 갈리는 소리. “다만 대자연의 신께서 승리하소서” 그런 뜻이란다. 인생을 겸허하게 만드는 주문이렷다. 사원 마을에 도착하자 ‘카타스’ 천 목도리를 감아주는데, 서로가 연결되었다는 징표. 아찔한 산기슭을 따라 야크 소떼와 인사하고, 마두금 소리 아련한 고갯마루에 닿으면 라싸로 가는 순례자 무리가 꼬리를 문다. 빙빙 굴리거나 돌리면서 기도하는 ‘마니차’. 무탈하고 안전한 여행과 재회, 포근한 잠자리를 비는 기도면 족하지.

무소유 자유의 성자들. 라갈로 끼끼 쏘쏘! 어린 라마승이 가르쳐준 이 축원의 말을 꿈에서도 나는 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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