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x인터뷰

“3일 뒤면 FA 신분입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의 아름다운 퇴장

파리 | 황민국 기자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9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나 임기 마지막을 앞두고 수여받은 선수위원 금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9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만나 임기 마지막을 앞두고 수여받은 선수위원 금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이 폐막까지 며칠 남지 않은 9일.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42·대한탁구협회장)은 남자 하키 결승전이 열리는 스타드 이브-뒤-마누아르 스타디움을 향해 걷고 있었다.

이날 유 선수위원은 시상식에서 선수들에게 메달을 수여하는 역할을 맡았다. 8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선수위원으로 당선된 그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공식 행사다.

“IOC가 선수위원들에게 먼저 희망 종목을 신청받는데, 전 우리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종목이 걸렸습니다. 앞으로 3일이면 FA 신분이라니 믿기지 않네요.”

■리우부터 파리까지 보낸 8년 “제 점수는 출석률로 대체할게요”

IOC 선수위원은 IOC와 현역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로 임기 8년의 선출직이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문대성이 첫 발을 내딛었고, 유 선수위원이 훌륭하게 그 뒤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첫 시작은 2016년 9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 비치게임스였다.

유 선수위원은 “그 시절만 해도 언어 능력은 시원찮고 국제 대회 운영에 필요한 지식도 부족했죠”라며 “그런데 IOC에서 1등석 티켓을 발급해주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했어요. 그 노력이 지금의 절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고 말했다.

유 선수위원이 활약상은 두 가지 지표로 짐작할 수 있다.

하늘길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쌓은 마일리지로 보는 성실성이다. 선수 시절 전 세계를 누빌 때도 달성하지 못한 ‘밀리언 마일러’(100만 마일)가 됐다. IOC가 매년 선수위원 활동을 출석률로 체크하는데, 99%에 가깝다보니 언제나 우등생이었다.

또 그를 찾는 IOC 분과위원회가 첫해 3개에서 마지막해 6개로 늘어났다. 유 선수위원은 “첫해에는 마케팅과 선수 관계자, 선수 위원회 3개를 맡았습니다”고 떠올린 뒤 “절 찾는 곳이 있다면 어디라도 날아가니 반겨주는 곳이 늘어났죠”라고 활짝 웃었다.

‘현역 때 느낌을 살려서’    (파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25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경기장인 사우스 파리 아레나4를 찾아 임종훈-신유빈과 연습을 하고 있다. 2024.7.25    superdoo82@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역 때 느낌을 살려서’ (파리=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25일(현지시간)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경기장인 사우스 파리 아레나4를 찾아 임종훈-신유빈과 연습을 하고 있다. 2024.7.25 superdoo82@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인비 낙선에 탄식

유 선수위원의 부지런한 행보 만큼 한국 스포츠 외교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IOC 위원 숫자도 어느덧 3명으로 남부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런 면에서 지난 8일 박인비(36)의 IOC 선수위원 낙선은 안타깝다. 한국을 대표해 IOC 선수위원 후보로 나섰던 박인비는 전체 29명 후보 중 590표를 받아 18위에 그쳤다. 둘째를 임신한 그의 2인3각이 아쉽게도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유 선수위원은 “아마추어 종목이 아닌 프로 종목의 한계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당선됐던) 과거처럼 선거 캠페인만 잘하는 것으로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일 뿐”이라고 짚었다.

사실 유 선수위원은 과거에도 대한체육회가 서둘러 선수위원 후보를 확정해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해왔다. IOC가 선수위원 입후보를 받는 게 1년 전일 뿐 내부적으로는 빠르게 움직일 수록 당선 가능성을 높인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 선수위원은 “아직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님과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님이 건재해 큰 걱정은 없습니다”라면서도 “IOC에서 선수위원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앞으로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가 더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박인비의 낙선에 아쉬움을 토로한 그는 2년 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열릴 선수위원 선거를 생각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 선수위원은 “선수위원 선거 경쟁이 해마다 치열해지는 느낌”이라며 “낙선에 실망하는 것에 그치지 않도 다음 선거를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고 말했다.

■“IOC에서 쌓은 경험 어디에서 쓸까요?”

세간에선 유 선수위원의 다음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IOC에서 쌓은 경험과 인맥을 탐내는 이들이 적잖기 때문이다. 대한탁구협회장까지 역임하고 있는 그는 스포츠 행정 전문가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지난해 정계에서 그를 국회로 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본인이 먼저 손사래를 쳤다.

당시를 떠올린 유 선수위원은 “개인에게는 영달의 길이었지만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잘 치러야 하는 입장에선 부담이 컸다. 한국 탁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책임감이 있었다”며 “올해는 제가 아테네에서 금메달을 따낸지 20주년이 된다.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 주변에 조언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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