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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내 아이에게서 ‘이것’을 빼앗아라

입력 2024.08.09 08:30

수정 2024.08.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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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사용 중인 10대 청소년들. 픽사베이

스마트폰을 사용 중인 10대 청소년들. 픽사베이

불안 세대 |

조너선 하이트 지음|이충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528쪽|2만4800원

당신의 10세 자녀가 최초의 화성 영구 정착지에서 살아갈 사람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아이는 매일 화성에 가게 허락해 달라고 당신에게 간청한다. 그러나 화성의 저중력 환경은 어린이의 골격, 심장, 눈, 뇌를 변형시킬 위험이 있다. 게다가 빠르게 발달하는 어린이들의 세포는 화성의 강한 복사열에 더 빠르게 손상된다. 화성의 조건에 적응한 상태로 발달한 어린이의 신체가 지구에 돌아와 다시 적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신은 아이를 화성에 보내겠는가.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인 조너선 화이트의 신작 <불안 세대>는 도발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이 같은 조건에서 화성에 아이를 보낼 부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마치 어린이를 화성으로 보내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현실의 ‘화성’은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아동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면서 아이들을 방치했다고 지적한다. 책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아동기의 특성을 거론하며, 스마트폰이 아동·청소년의 발달을 어떻게 저해하며 이들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를 설파한다.

책은 1장에서 매우 흡사한 경향성을 보이는 12개의 그래프를 제시한다. ‘미국 10대의 주요 우울증 비율’ ‘미국 대학생의 정신 질환 비율’ ‘미국 응급실의 어린 청소년(10~14세) 자해 환자 수’ ‘미국 어린 청소년의 자살률’ 등 10대 청소년들의 정신적 고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이들 그래프는 모두 201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급등하는 양상을 보인다. ‘10대의 주요 우울증 비율’은 여성의 경우 2010년 이후 145%가 증가했고, 남성의 경우 161%가 증가했다. ‘어린 청소년의 자살률’은 여성의 경우 167% 증가했고 남성의 경우 91% 증가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북유럽 5개국 등에서도 10대를 대상으로 한 유사한 주제의 그래프에서 동일한 패턴이 나타났다.

저자는 “2010년대 초반에 10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라며 고통의 근원지를 추적한다. 2010년대 초반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고 패턴과 사회적·환경적 조건의 결정적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저자는 2007년 아이폰 출시, 2010년 전면 카메라 기능의 아이폰 등장, 2012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 등의 흐름에 주목한다. 그는 기술혁신과 SNS의 확산으로 2012년 무렵 많은 10대가 셀피 기반의 소셜미디어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됐고, 그 결과 10대들이 불안에 시달리게 됐다고 주장한다. 명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변수들을 배척하며 나아가는 저자의 논리 전개는 설득력이 있다.

<불안 세대>.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불안 세대>.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저자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아동기 재개편’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류가 오랜 진화 과정에서 확립해온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대체됐다는 설명이다.

과거 ‘놀이 기반 아동기’의 아동은 자유 시간 중 상당 부분을 현실 세계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는 데 썼다. 놀이를 통해 “관계와 사회적 상호 작용을 체화”했고, 이때 상호작용은 “(교감과 소속감을 북돋는) 동기화된 방식으로 일대일 또는 일대다 관계”로 발생했다. 또 현실 세계의 관계에는 진입과 퇴출에 비용이 들기 때문에 관계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 스마트폰 기반의 SNS 등 가상 세계는 이와 정반대다. “비체화된 방식과 비동기화된 방식, 일대다 방식으로 혼자 활동하는 상황에서 일어나거나 참여와 이탈이 매우 손쉽다.” 저자는 ‘놀이 기반 아동기’에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아동기의 경로가 변경된 결과, 아이들은 자유 놀이, 조율, 사회학습에 대한 경험을 박탈당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더해 저자는 아이들이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보호’라는 이중적인 문제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1980년대 이후부터 부모들은 집 밖에서 아이들끼리 독립적으로 놀이를 하는 것을 안전하지 않다고 간주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아이들이 집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은 안전하다고 생각해 소셜 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비판과 모욕, 성적 착취 등에 아이들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저자는 그 결과 외로움과 우울, 현실 세계에 대한 두려움, 낮은 자기 효능감에 사로잡힌 ‘불안 세대’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동·청소년 정신 질환의 전 세계적 유행을 종식할 다음의 네 가지 개혁을 주문한다. 첫째, 고등학생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금지한다. 둘째, 16세 이전에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셋째, 학교에서 휴대폰을 금지한다. 넷째, 감독받지 않는 독립적 행동을 더 확대한다. 온라인에서의 성적 착취, 사이버 폭력 등과 관련한 뉴스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방대한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는 저자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다만 스마트폰 이전의 과거를 긍정적인 모델로 제시하고, 기술의 반대급부로 영성·신성 등을 강조하는 지점 등은 노스탤지어적이다. 새로운 모색이 ‘과거의 복원’에 그친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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