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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올림픽 여성 복서에 대한 소수자 혐오 보도

알제리의 이마네 칼리프와 대만의 린위팅이 성정체성 논란을 딛고 올림픽 복싱에서 금메달을 땄다.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XY 염색체 복서”로 시작하는 기사 제목들이 줄을 잇는다. “딱 봐도 남자인데” “성전환 복서” “트랜스젠더” “이건 미친 짓” “남이 여 때려, 죽어야 끝나” “괴물” “생물학적 남 복서” “역시 다르네” “자궁 없고 잠복고환” 등 자극적 표현이 넘친다. 부정확성과 혐오라는 전형적 소수자 보도 사례다.

일단 두 선수 모두 성전환자도, 남성도 아니다. XY 염색체를 지녔다는 사실 또한 확실하지 않다. BBC의 보도로는, 이들의 여성성 문제를 제기한 국제복싱협회(IBA)조차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지칭할 수는 없다”라고만 하고, 어떤 검사를 했는지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 이들을 “XY 염색체 선수”라고 이름 짓는 것은 부정확하며 혹여 이들이 그런 염색체라고 해도 부적절한 표현이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에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라고 돼 있다. 구글에 이들 이름을 영어로 검색해보면 제목에 ‘XY 염색체’가 들어간 영어 기사는 찾기 어렵다. “성별 논란 복서”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타블로이드 언론에 국한된다. 세계 유수 언론은 “이마네 칼리프, 성별 논란 속에 메달 획득”이라고 제목을 단다. “XY 염색체 선수”나 “성별 논란 선수”라며 한 존재의 정체성을 가두는 것보다 더 사실적이며 인권적이다.

현대 과학은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구별할 수 없다고 한다. 신체 외형과 일반적 염색체 보유 유형이 다른 경우를 ‘성 발달 차이’(difference of sex development: DSD)라고 하는데 인구 중 1.7%로 추정한단다. 두 선수가 DSD인지 밝혀진 바는 없지만 다양한 유형의 DSD 가운데 XY 염색체를 지닌 여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을 수 있어 경기 종목에 따라 이 호르몬을 제한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력과 DSD의 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XY 남성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XX 여성도 많다고 한다. 이 수치가 높아 불공정하다면 키가 크고, 팔이 남보다 길게 태어난 사람들이 특정 운동을 잘한다고 해서 해당 경기에서 제외해야 하냐는 반론에 딱히 답하기도 어렵다. 이런 복잡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부실한 정보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다름에 대한 혐오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언론 대부분은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IBA의 주장만을 근거로 삼았다. 이 단체가 승부조작 등으로 올림픽 복싱 주관 자격을 박탈당한 상태에 이번 문제를 제기한 맥락은 빠졌다. 경기 중계와 함께 기자들을 현장에 파견한 공영방송사들도 현지 취재의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 KBS <뉴스 9>은 “펀치 한 방에 부러진 코뼈… ‘남성 염색체’ 여성 복서 논란”이라는 제목으로 조앤 롤링과 일론 머스크 등의 혐오 발언만 여과 없이 일방적으로 노출했다. 소수자에게 적용하는 전형적 ‘공포 프레임’이다. ‘논란’을 보도한다며 이에 대한 반론은 충실히 반영하지 않는 것은 기자 스스로 논란을 일으키자는 셈이기도 하다. MBC <뉴스데스크>는 관련 리포트들에 “남성 염색체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이라는 수식을 꾸준히 사용했다. 확인 안 된 것을 출처 없이 사실인 양 보도하는 객관화 기법이다.

상지대 정의철 교수 등 이 분야 연구자들은 언론이 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 과정보다는 당장 드러나는 현상에만 관심을 두고, 맥락보다는 고정관념이나 친숙한 이미지에 근거해 프레이밍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생소한 사안일수록 ‘기이함’에 대한 집착보다 사실 확인과 전문가 자문 등 다면적 정보 취합이 중요하다. 일반 언론은 그렇다 쳐도 공영방송이라도 좀 다를 순 없을까.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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