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읍면에선 택시타고 수업 들으러? “교·강사 부족해”

김원진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일러스트 김상민 화백

고교학점제가 도입된 직업계고 중 학생수가 적은 학교에선 외부 강사 초빙에 어려움을 겪고, 교원 부족으로 교사 한 명이 4~5개의 과목을 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규모 학교에선 고교 학점제의 도입 취지인 다양한 과목 개설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13일 발간한 이슈 브리프 ‘소규모 직업계고의 학점제 운영 현황 및 지원 요구’를 보면, 학생 200명 이하 소규모 직업계고는 다양한 과목 개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업계고 교사들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저해 요인으로 ‘교원 수급 상황에 맞춘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73.6%)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학생수에 따라 학교에 배정되는 교원 규모도 정해지기 때문에 학생이 적은 소규모 학교에선 고교 학점제의 도입 취지인 다양한 과목 개설을 하기 어렵다. 소규모 직업계고에선 ‘수강 희망 학생 수가 과목 개설 최소 정원 미달’(56.9%)로 학생들의 희망 과목이 폐강되는 경우도 많았다. 박미희 직업능력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학생수에 따라 교원 수급을 조정하는 현재 정책으로 소규모 직업계고에서 다양한 과목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과목 수를 유지하려다 보니 소규모 학교에선 교사 한 명이 담당하는 과목 수가 많았다. 전체 직업계고에서 교원 1명이 맡은 전문 교과는 평균 2.38개였다. 반면 소규모 직업계고에선 교원 1명이 평균 5.09개의 전문 교과를 담당했다.

읍·면 등에 있는 소규모 직업계고에서는 외부 강사를 초빙하기도 쉽지 않았다. 직업계고 교사들은 ‘인근 지역에 활용할 수 있는 교사·강사가 많지 않다’(43.1%)거나 ‘지리적 접근성 문제로 교사·강사 활용이 어렵다’(43.1%)고 답했다.

소규모 학교에선 외부 교육기관에서 수업을 듣기 이동을 하는 데에도 제한이 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통학버스는 등·하교시에만 활용이 가능해,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할 때에는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러 이동할 때 택시를 이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 조사를 수행한 박미희 부연구위원은 “학생수에 따라 지급되는 현행 예산 지원 정책으로는 소규모 학교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고교학점제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제도로, 내년 1학기부터 전국 고교에 전면 도입된다. 직업계고에는 2022년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돼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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