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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부정하는 인권위원장 후보라니”···충격에 빠진 당사자들

입력 2024.08.13 17:18

수정 2024.08.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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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사진 크게보기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이준헌 기자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이 내정되자 시민사회와 사회적 소수자들은 일제히 “인권 최후의 보루인 인권위가 무너질 위기”라며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안 내정자는 그간 공개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과 성소수자의 법적 권리 인정에 대해 선명하게 반대 의견을 내왔다.

인권운동가들은 13일 안 내정자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종걸 ‘친구사이’ 사무국장은 “기본적 인권 원칙을 담은 기본법인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인사를 인권위원장에 지명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인권을 제한하려는 인사를 위원장에 지명한 것 자체가 정부의 인권 인식이 문제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2006년부터 정부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해온 인권위의 판단이 안 내정자로 인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 국내 1호 트랜스젠더 법조인인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안 내정자가) 그간 함께 활동해 온 반동성애 단체를 시민단체로 간주해 인권위 차원에서 협업하거나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논리에 동조하게 될까 우려된다”며 “최악의 상황은 ‘차별금지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 6월 국제 혐오표현 반대의 날을 맞아 송두환 위원장 이름으로 낸 성명에서 “세계 각국은 평등법 또는 보편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혐오표현에 맞서고 있다”며 “평등을 증진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의 제정은 혐오와 차별에 대한 대응 의지를 표명하고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노력의 마중물 겸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미 일부 인권위 위원들의 회의 불참과 막말 파행 등으로 인권위 업무가 마비된 상태에서 점차 인권위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 사무국장은 “이미 문제적 인권위원들로 인해 진정 사건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안 내정자가 위원장이 된다면 소수자들은 퇴행하는 인권위 대신 어디에 가서 문을 두드려야 할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당사자들은 차별을 당해도 갈 수 있는 곳이 사라져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자괴감, 위축감이 커질 수 있다”며 “(인권위가) 현실적 차별을 구제하지 못하면 정부와 국회도 인권위를 굳이 신경쓰지 않으면서 인권위의 존재감은 날로 약해질 수 있다”고 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지인 활동가는 “인권위원장들은 퀴어축제 때마다 부모 모임 부스를 찾아오고 인권위 부스도 열었는데 이제는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사 중에서도 부모 모임을 찾아 인권 공부를 하는 분들이 많고 교회가 앞장서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걸 더 이상 보기 싫다’고 하는 분들도 많은데 (안 내정자가) 시각을 넓히고 좀 공부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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