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네 발의 ‘군사 로봇’

오창민 논설위원

육군 특전사와 전방 사단에 킬러 로봇이 시범 배치됐다. 개처럼 생긴 이 로봇은 주야간 카메라가 장착돼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총기 등을 달아 전투용으로도 쓰인다. 시속 4㎞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며, 20㎝ 높이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다고 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로봇은 병력이 투입되기 전에 건물 내 적의 위협을 확인하고, 적을 제압하거나 대응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군사 로봇도 총이나 칼처럼 인간이 만든 무기의 일종이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할 땐 스스로 타깃을 정해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무기와 차원이 다르다. 처음에는 군견처럼 현장 군인의 결정과 명령을 따르겠지만, 신속한 판단과 대응이 필요한 작전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자율적으로 인간 표적을 공격하도록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 로봇이 이런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느 나라도 킬러 로봇 개발·제작에 제약이 없다. 기술력과 자본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당장 궁금한 것은 이번에 전방에 배치된 군사 로봇의 책임자다. 만에 하나 오작동으로 아군이나 민간인에게 상해를 입힌다면 담당 병사 책임인가 부대장 책임인가. 군은 제조사에, 제조사는 개발자에, 개발자는 군부대 운영자에 서로 책임을 미뤄 결과적으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는 건 아닌가. 세탁기는 고장 나도 빨래가 안 되는 정도지만 군사 로봇의 오작동은 인간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지금처럼 경색된 남북관계에서는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수도 있다.

최첨단 군사 로봇이 전방에 배치됐지만, 안도감보다는 공포가 밀려온다. 전쟁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와 버렸다. 툭하면 미사일 쏘는 북한이 불안을 자극하지만 인간 살상용으로 제작된 군사 로봇도 겁난다. 로봇이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인류가 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공상과학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군사 로봇에 대한 인류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 로봇은 인간의 생명을 빼앗고 살리는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고, 인간은 그런 판단 권한을 로봇에 위임해서도 안 된다.

군사 로봇이 적을 제압하는 모습(모형도).  방위사업청 제공

군사 로봇이 적을 제압하는 모습(모형도). 방위사업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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