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조사대상 50명 중 27명
재산 상속시 천만원대 이상의 혜택
최근 정부가 발표한 상속세제 개편안이 실현되면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의 주요 인사들 3명 중 1명 꼴로 억대의 상속세 감면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예측됐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4억원이 넘는 혜택을 누릴 것으로 분석됐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주요 인사들과 그 배우자의 재산 현황을 바탕으로 상속세제 변경에 따른 예상 혜택을 계산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조사 대상은 공직자윤리법상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재산이 공개된 고위 공직자 77명이다. 최 의원실은 이들의 자료를 비실명으로 세제 관련 기관에 전달해 세제 개편 전후의 예상 세액을 계산했다.
계산 결과 김건희 여사의 재산 상속시 약 4억5200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는 49억8000만원의 예금과 약 34억3000만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약 32억4800만원 가량이던 상속세액이 세제 개편시 약 27억97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됐다. 윤 대통령 본인 재산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상속세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서는 조사대상 50명 중 27명(약 54%)이 본인이나 배우자의 재산 상속시 천만원대 이상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 중 이관섭 정책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을 비롯한 13명(약 26%)은 감면 규모가 억대 이상이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본인 재산 상속시 바뀐 세제로 약 19억9600만원의 세금이 감면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동조 국정기획비서관은 약 31억6700만원에 달했다.
기재부에서도 조사대상 17명 중 10명(약 59%)이 본인이나 배우자의 상속시 천만원대 이상의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됐다. 억대 이상의 혜택이 예상되는 이들은 6명(35%)이었다. 최상목 장관은 본인 재산 상속시 약 1억9700만원, 김윤상 2차관은 배우자 재산 상속시 약 2억원의 세금 감면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은 배우자의 재산 상속시 약 44억8000만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은행에서는 조사대상 10명 전부가 이번 상속세제 개편시 천만원대 이상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들 중 4명(40%)은 억대 이상의 혜택을 받았다. 기관의 수장인 이창용 총재는 약 4억4700만원, 신성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약 4억6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감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5일 “중산층 가정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고 과표구간별 세 부담도 줄이는 내용의 상속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야권 등에서는 부의 대물림을 심화하는 ‘부자 감세’에 나선다며 비판했다. 대통령실과 기재부, 한국은행 등 경제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핵심 기관 관계자들이 세제 개편으로 막대한 혜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논란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최 의원은 “지난해 상속세의 64%인 7조8000억원을 상위 1%가, 93.5%를 상위 30%가 부담했다”라며 “상속세 감면이 부자 감세로 지적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윤 정부가 상속세를 추가로 감면한다면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려는 욕심이 앞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산시 현행 세제상의 상속세액 계산에서는 본인의 자산 상속시 배우자가 생존해있다는 전제로 배우자 공제 5억원과 일괄공제 5억원을 적용했다. 자녀공제와 각종 인적공제를 합산해도 일괄공제 5억원을 넘는 경우가 없다는 점을 반영했다. 개편 후 상속세 계산에서는 자녀공제가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되는 점을 고려해 이를 계산에 반영했다.
계산에 참여한 기관 측은 조사대상자의 상황에 따라 실제 상속세액이 달라질 가능성과 관련해 “기초정보 이외에 다른 인적공제의 변화가 일괄공제보다 높아지지 않거나 배우자 단독이나 자녀 단독 상속을 하는 특이한 사례가 아닌 이상, 상속세액 계산 결과에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