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독립유공자 후손을 초청해 오찬 행사를 열었다. 광복회는 ‘뉴라이트’로 지목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했다. 광복회는 오는 15일 정부 주관 경축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할 뜻이 없는 상태라 초유의 ‘반쪽 광복절’ 경축식이 기정사실화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100여명을 초청해 “독립 영웅들께서 남겨주신 독립의 정신과 유산이 영원히 기억되고, 유공자와 후손들이 합당한 예우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인 자유로운 나라를 꿈꿔왔던 독립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나라를 되찾을 수 있었다”며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고, 또 북한의 침략에 맞서 자유를 지켰던 영웅들이 있었다.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고 조국의 번영을 이끌었던 위대한 지도자와 국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자유의 가치를 지키며 발전시켜온 선조들의 뜻을 결코 잊지 않고 자유, 평화, 번영의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광복회는 김 관장 임명을 “(윤석열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만들고, 독립기념관을 건국기념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규정해 반발해 왔다. 지난 9일에는 대통령 초청 오찬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복회는 오는 15일 열리는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에도 불참한다. 대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37개 단체로 구성된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함께 자체적으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별도 기념식이 정쟁의 소재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당·정치권 인사는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이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광복절은 민족을 해방하고 조국의 광복을 기리는 날인데 그와 정반대의 현상들이 자꾸 일어나서 내가 (경축식에) 불참하면서 진실을 국민에게 전달하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회장 불참 ‘반쪽 광복절’ 우려에 대해 기자들에게 “광복절 행사에 모두 다 참여해서 미래 자유와 평화 번영의 대민 뜻깊은 행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루트로(경로로) 참모진들이 광복회장님이 갖고 계신 오해 부분에 대해 많이 설명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있었다”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회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쪽 광복절’ 경축식이 현실화하면서 여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난 총선 전과 똑같은 구도”라며 “당에서 민생 이슈를 얘기하려고 하는데 또다시 (윤 대통령발) 이념 문제로 덮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특별초청 대상자로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자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 허미미 선수가 참석했다. 허 선수는 한·일 국적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 국가대표가 되라’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인 김호연 빙그레 회장, 독립유공자 신광열 선생의 아들인 신민식 자생의료재단 사회공헌위원장, 독립운동가이자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 선생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 이옥비씨, 독립유공자인 증조부, 6·25 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 월남전 참전용사인 아버지를 둔 공병삼 소방관 등이 행사에 참석했다. 미국, 중국, 카자흐스탄에서 온 독립유공자 후손 30여명도 함께 자리했다.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 회장, 명노승 매헌윤봉길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재실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이미애 백초월스님선양회 대표, 정수용 이봉창의사기념사업회 회장 등 독립운동 관련 기념사업회 대표들도 점식 식사를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