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경축식에 불참하는 것은 박병석 전 의장이 2021년 순방과 겹쳐 부득이하게 불참한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광복회장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6당도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한다.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윤석열 정부 역사관 논란으로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으로 치러지게 됐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우 의장이 입법부 수장으로서 헌법 수호와 여야 간 중재,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역사적 책무 사이에서 숙고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광복절 전날 밤까지 참석 여부를 고심한 끝에 최종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광복79주년 및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 귀환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현역 의원들과 함께 경축식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의장실은 경축식에 참석해 정부의 뉴라이트 인사 임명과 대일 굴욕 외교 등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낼지, 아예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정부의 행태에 항의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줄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다.
우 의장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광복회관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을 만나 김 관장의 역사관에 대한 우려를 나눴다. 우 의장은 이 자리에서 “요즘 사도광산을 비롯해 독립기념관장 문제, 건국절 논란 등 이런 일들이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당시 이 회장은 우 의장에게 “3부 요인이니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회는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37개 단체로 구성된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함께 자체적으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우 의장은 정부 경축식뿐 아니라 광복회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여는 광복절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국회의장 가운데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는 데 대한 부담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새로운미래·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6당도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한다. 민주당은 대신 광복회가 개최하는 광복절 기념식에 개별 의원 자격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묘역도 찾는다.
개혁신당 역시 일부 참석에 그칠 예정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이준석 의원 등은 불참 의사를 밝혔다. 이준석 의원은 SNS에 “정부·여당 기조가 정상이 아니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다만 허은아 대표는 “원칙을 지키는 차원”에서 참석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시민사회단체와 공동 주최로 연 ‘8·15 광복 79년,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국회-시민사회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사대굴종 외교 규탄’ ‘사도광산 합의 규명’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