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공수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4일 “지난 1년간 아무런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 통신 기록마저 들여다본다”고 했다. 또 “야당이 주장해온 외압의 실체가 현재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오고 있다”며 “이제 수사 결과를 제대로 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압박한 걸로 비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최근 공수처는 법원에서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7~9월 개인 휴대전화 통신내역을 확보했다. 대통령실 내선 번호 ‘02-800-7070’의 통신 기록도 확보했다. 이 번호는 윤 대통령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해병대 수사단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런 일로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격노한 지난해 7월31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발신된 대통령실 유선전화 번호다. 현직 대통령의 통신영장이 발부된 것은 처음이다.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인정한 걸로 볼 수 있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통화내역을 확보한 것, 또 그런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게 당혹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걸 두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건 금도를 넘어선 일이다. 외압 의혹 실체를 규명하려면 윤 대통령 관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국민 다수 여론에도 반한다. 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국면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국방부·경찰 관계자들과 통화한 사실이 다수 확인된 터다. 그런데도 외압 실체가 없다고 전제하고 제대로 수사하라니 수사 지침을 제시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이 공수처 수사에 일절 관여할 수 없도록 명문화한 공수처법 3조 3항 취지에도 반한다.
대통령실이 떳떳하다면 공수처 수사에 협조해 의혹을 해소하는 게 정도다. 공수처는 의혹 실체 규명에 한 치의 좌고우면이나 물러섬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