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문 변호사 역할로 복잡한 감정 탁월하게 묘사
연기력으로 시청률 견인…한때는 무대 공포증 시달려
40대의 장나라 “행복해지려 연기”
온 국민을 울고 웃게 한 2024 파리올림픽이 이토록 야속할 수 있을까. 5회를 끝으로 3주간 결방한 SBS 금토 드라마 <굿파트너>가 16일 6회로 돌아온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는 4회 만에 최고 시청률 13.7%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이혼 변호사인 최유나 작가가 쓴 생생한 시나리오 외에 인기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차은경’ 역의 배우 장나라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냉정한 성격의 스타 변호사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와 분노 등 복잡함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출연작에서 볼 수 없었던 그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반응도 많다. 귀여운 여동생 이미지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던 청춘스타가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장나라는 2001년 솔로 가수로 연예계 첫발을 내디뎠다. 성숙한 콘셉트의 알앤비 곡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를 불렀지만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출연한 시트콤 <뉴 논스톱>은 그의 운명을 바꿨다. 대학생들의 일상을 그린 이 시트콤에서 장나라는 엉뚱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인기에 힘입어 그의 1집 수록곡이 차례로 차트에 올랐고, 장나라는 그해 연기대상과 가요대상 모두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장나라 신드롬’의 시작이었다.
2002년은 ‘장나라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주연한 SBS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내 사랑 팥쥐>가 잇따라 성공을 거뒀다. 가수로서도 승승장구했다. 그해 10월 발표한 2집 앨범 ‘스윗 드림스’로 KBS, MBC 가요대상을 거머쥐었다. CF 출연도 활발해 TV만 틀면 장나라가 나오던 시기였다.
그런 그의 국내 활동은 2004년 이후 뜸해진다. 이 시기 활동 무대를 중국으로 옮긴 장나라는 현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한류 스타로 떠올랐다.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활약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중국 골든디스크 최고 인기 가수상을 받았으며 최고의 여성 배우에게 주어진다는 별명 ‘소천후’로 불렸다. 중국 활동에 집중하는 사이 국내 가요계가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장나라의 설 자리도 줄어드는 듯했다.
국내 활동을 재개한 것은 2011년 KBS 드라마 <동안미녀>에 출연하면서다. 장나라의 동안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한 이 드라마는 시청률 15%를 넘기며 흥행했고 4회 연장 끝에 막을 내렸다. 6년 만의 복귀가 성공하면서 연기자로서의 활동도 본궤도에 올랐다. 이듬해 KBS 드라마 <학교>부터 매년 1편 이상 주연으로 출연했다. 2017년 KBS 드라마 <고백부부>는 배우 장나라의 존재를 시청자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과거로 회귀하는 주인공 마진주 역을 맡은 장나라는 육아에 지친 30대 후반 아기 엄마과 발랄한 20대 대학생 연기를 동시에 소화하며 연기력이 한층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변신은 계속됐다. 2019년 SBS 드라마 <VIP>에서 냉철한 성격의 백화점 VIP 전담팀 차장 나정선을 연기한 데 이어 2021년 KBS 드라마 <대박부동산>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퇴마사로 분했다. <굿파트너>의 차은경은 이 연장 선상에서 탄생한 캐릭터다.
1세대 멀티테이너로 큰 족적을 남긴 장나라지만, 정규 앨범은 2008년 낸 6집이 마지막이다. 2012~2013년 발표한 싱글 앨범 2장,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의 OST를 부른 것을 제외하면 10년 넘게 가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관객과 호흡하는 무대가 그립지 않을까. 장나라는 2021년 인터뷰에서 가수 활동 당시를 돌아보며 “좋은 추억이지만, 노래를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슷한 시기 출연한 한 예능에선 “갑자기 숨 막히는 고통이 느껴져 방송 중 허리띠를 풀어야 했다”며 극심한 무대 공포증에 시달렸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쟤는 귀여운 것밖에 못 할 거야.” 장나라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매체 디에디트와 인터뷰에서 첫 드라마를 끝낸 직후 이런 평가를 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보여지는 것’과 ‘보여주고 싶은 것’ 사이에서 분투하며 방향을 조금씩 틀어왔다. 배우 장나라의 지금 모습은 그 ‘20년 노력’의 결과다.
40대에 접어든 그는 이제 행복하기 위해 연기한다. “연기든 어떤 일이든 행복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중략) 불행하면 그 감정에 빠져들어서 연기를 못하겠더라고요. 내가 행복해야 연기도 잘할 수 있는 거구나 생각했죠.” (디에디트 인터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