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입력 2024.08.15 20:34

수정 2024.08.15 20:36

펼치기/접기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1901년부터 2021년까지, 치열하게 전개된 120년의 근현대사를 횡단하듯 조감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역사는 거대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는 장소는 사람들의 소소한 발밑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 혹독함을 감당해내야 하는 건 개미 같은 작은 개인들. 그간 헐레벌떡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기에 급급했다면 이제 처마 밑의 대문과 문패와 고샅길의 한해살이풀들과도 눈 맞추는 심정으로 공부하면서 책을 만드는 중이다.

온기 없는 문자들, 무정한 사진들에 지난날이 실려 있다 해도, 특히 해방 전후 숨 가쁘게 전개된 그 시대를 들여다보는 일은, 독립의 기쁨과는 별개로 충분히 분하고 고통스럽다. 마음속 치밀어오르는 게 없을 수 없다.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나라는 결딴나도 산하는 그대로, 두보). 그 어수선한 시절에도 봄은 의연히 오고 나라의 터전부터 다시 수선하였다. 가령 전라남도에 딸린 섬이었던 제주도(濟州島)를 제주도(濟州道)로 승격시켜 먼바다에 심장처럼 떼어놓았다.

해방이 발밑의 족쇄가 풀린 것이라면, 광복은 공중의 햇빛을 다시 찾은 것이다. 해방이 대지로부터 올라왔다면 광복은 하늘에서부터 내려온 것이다. 이날 이후 대한민국은 공기가 달라지고, 한반도의 파도가 변했다. 나라가 비로소 나라가 된 것이다.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광복절이 가까워지면 잊지 않고 흥얼거리는 가사다. 위당 정인보(1893~1950)의 문장이다. 며칠 전 양명학의 대가이기도 한 선생의 <양명학연론>의 역자로부터 들은 바는 내 마음에 신선한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하루하루 산다는 게 참 엄숙한 사건이고, 지금 눈앞을 본다는 것도 어마어마한 사실을 목격하는 행위. 하늘은 아무 말씀이 없다지만 그 말없음을 통해서 늘 무슨 말을 함. 천둥과 벼락은 너무 답답해서 가끔 치는 호통. 한편, 저기에 있는 꽃을 꽃으로 드러나게 하는 건 꽃 앞의 ‘나’라는 인물. 아무 영문 모른 채 초점도 못 맞추는 이 띨띨한 자를 얼마나 안타깝게 여길까, 생각하자니 문득 이 나날의 현장에서 엄습하는 세계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시절이 하수상하다’는 말은 학창 시절 어느 시조에서 배워 가끔 장난삼아 써먹던 말이었다. 오늘날, 그 말을 다시 중얼거릴 줄은 몰랐다. 흙 다시 만져보아야겠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