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8월 12일

<이들 모두 우리의 주인공> 17일간의 2024 파리 올림픽 열전이 모두 끝났다. 기대 이상의 선전 속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선수도, 아쉬운 패배의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쁨과 눈물 모두 다음 대회를 향한 에너지와 동기 부여가 된다. 임시현, 김제덕(이상 양궁), 오예진(사격), 오상욱(펜싱), 안세영(배드민턴), 강영미(펜싱), 반효진(사격), 김지수(유도), 신유빈(탁구), 황선우(수영), 전웅태(근대5종), 우상혁(육상·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17일간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열전이 끝났습니다. 대한체육회조차 기대감을 크게 낮춰 부진한 성적을 예상한 대회에서, 선수들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월요일자 1면에는 이번 올림픽을 정리할만한 사진을 쓸 요량이었습니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이 대회를 정리할 순 없었습니다. 대회 동안 올림픽 관련 1면 사진은 대체로 금메달리스트 중심이었습니다. 마음에 걸렸습니다. 올림픽은 메달리스트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지요. 회의 때 선수들의 표정을 엮되 의 승리의 환호뿐 아니라 패배의 한숨과 눈물까지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찬란한 메달에도 값진 눈물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8월 13일

<이제 우리들의 잔치…패럴림픽 선수단 결단식> 2024 파리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단이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결단식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오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대회에 17개 종목 177명(선수 83명, 임원 94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문재원 기자
내·외신을 도배하던 올림픽 사진들이 싹 사라지자, 허전하기 그지없습니다. 본격 휴가철인 여름은 신문사진의 비수기입니다만, 올림픽 덕에 이 시기를 잘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이 아닙니다. 곧 파리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지요. 이날은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의 결단식이 열렸습니다. 올림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대회입니다. 물론 거기엔 언론의 무관심도 한몫 하고 있습니다. 뉴라이트 계열로 지목된 신임 독립기념관장과 관련한 뉴스가 종일 미디어에 오르내렸지만, 패럴림픽 결단식을 1면 사진으로 내세웠습니다.
■8월 14일

<한반도 감싼 녹조>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13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의 한반도 지형을 휘감고 도는 영산강 일대에 녹조가 발생해 있다. 연합뉴스
‘전국 무더위·열대야…’ ‘전국 대부분 지역 폭염특보’로 시작하는 날씨 뉴스를 몇 일째 연속으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소나기가 퍼부었지만 ‘더위’를 ‘푹푹 찌는 더위’로 만들뿐이었지요. 매일 더워서 더위의 기록이 깨지는 게 주요 뉴스인데 매번 더위를 다른 이미지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서울 시내를 중심으로 한 빈약한 소재로 돌려막기엔 더위가 너무 깁니다. 눈 밝은 편집자가 지역 사진 중 녹조 사진을 1면 사진으로 제안했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영산강 일대에 확산된 녹조를 드론으로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한반도를 닮은 지형 주변을 둘러싼 녹조가 ‘전국의 폭염’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8월 15일

<야당·시민단체, 대일 굴욕외교 규탄> 제79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대일 굴욕외교 규탄 1000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야당 인사들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독립운동가들의 등신대를 세워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민주당은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등 윤석열 정부의 역사관 논란에 대해 총공세를 펼쳤습니다. 이날 천안 독립기념관을 항의 방문해 관장 선발 심사 서류 등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는 ‘8·15 광복 79년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국회-시민사회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사도광산 강제노동 삭제 굴욕외교’를 규탄했지요. 광복절 당일 신문 1면이라 분열과 갈등을 배제한 ‘순수한(?)’ 광복절 기념 사진으로 가야하나 잠깐 고민에 빠졌습니다만, 야당과 시민단체의 대일 굴욕외교 규탄 사진을 쓰기로 했습니다.
■8월 16일

<쪼개진 광복절>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주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왼쪽 사진).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가 15일 서울 용산구 백법김구기념관에서 연 기념식에 야당 대표들이 일제히 참석해 광복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권도현 기자·대통령실사진기자단
‘쪼개진 광복절’은 광복절 당일 내내 뉴스의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독립기념관장 인사로 촉발된 윤석열 정부의 친일 역사관 논란은 국회의장과 야6당이 정부가 주최하는 경축식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행사를 거부한 야당 인사들은 광복회가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일찌감치 1면 사진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정부 행사와 광복회 행사 사진 두 장을 나란히 붙여 쓰는 거였지요. 딱 한 장의 사진으로 이 상황이 전달되면 좋았겠지만 그런 사진이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며 예상한 사진이 다음날 아침 신문에 그대로 인쇄돼 나오면 왠지 일을 덜 한 것 같은 찜찜함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