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천둥이다

이설야 시인
[詩想과 세상]돌이 천둥이다
아득히 높은 곳에서 넘친다.
우리들의 간원으로 쏟아지는 소리.
사람을 뒤덮고
소원을 뒤덮고
울분을 뒤덮고
단단한 죄악을 뒤덮는다.
작은 돌이 굴러가는 소리.
머릿속이 눈물로 가득하다.
새벽마다 삼각산 나무 밑에서
방언을 부르짖는 사람들.
맨살을 철썩철썩 때리며
병을 고치는 사람들.
소리는 시간을 앞질러 간다.
엄마, 하고 부르면
한없이 슬픈 짐승이 된다.
아주 오래전
돌로 하늘을 내리치면
벼락이 치고 천둥이 울렸다.
천상의 소리가 대답했다.
울 곳이 없어
돌 속으로 들어왔다.
온몸이 징징 울리는 날들이다.
이재훈(1972~)


돌이 있었다. 돌돌돌 구르는 돌은 우리 이전에도 있었고, 우리 이후에도 비바람과 파도 속에서 계속 태어날 것이다. 우리는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슬픈 짐승’이 되어 주머니 속에 돌멩이 하나씩 숨기고 산다. 세상을 향해 던져질 돌멩이는 조금씩 자라고 있다. 시인은 돌에서 천둥소리를 듣는다. “아득히 높은 곳”에서 넘치는 것들을 본다. “우리들의 간원으로 쏟아지는” 소리. “사람을”, “소원을”, “울분을 뒤덮고” 굴러가는 작은 돌이 내는 소리. 병을 쫓아내기 위해 자신의 “맨살을 철썩철썩” 때리는 사람들과 함께 바닥에서 돌들이 내는 소리를 가만히 듣는다.

돌멩이들은 천둥의 말을 품고 있다. 우리는 거짓과 모멸감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울 곳이 없어”서 “돌 속으로 들어”가 함께 운다. “온몸이 징징 울리는 날들”을 우리는 돌멩이처럼 견디다가 돌멩이처럼 깨어날 것이다. 천둥이 되어 세상을 향해 쩌렁쩌렁 울릴 것이다. 새로운 돌무지를 만들기 위해 기꺼이 세상의 밑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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