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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역사는 결코 지배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김대중에서 노무현 정권으로 진보세력이 계승되는 와중에 등장한 것이 뉴라이트다. 그들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2008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발간을 통해서였다. 학문의 자유를 빙자한 식민지근대화론의 등장이었다. 반역사적인 뉴라이트 언설의 근원지다.

‘대한민국 성립의 역사적 의의’의 장에서 그들은 1948년 건국 이후의 역사를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 60년간 세계사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존중하고, 그것을 국가체제의 기본 원리로 채택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체제가, 인간의 물질적 복지와 정신적 행복을 증진하는 올바른 방향이었음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골고루 잘산다는 공산주의 이상은 자유와 합리적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나라의 약진은 1960년대 박정희 개발독재의 혜택이며, 근대화 기반은 일제에 의해 축적된 자본과 기술에 있었다. 경제와 군사력은 세계 5%에 속하고, 한류로 문화의 세계화도 이뤘으니, ‘일본의 마음’을 헤아려 식민지 지배의 사과 요구도 그만하자고 한다. 그때는 우리가 일본국 국민이었으므로 식민지 모국에 저항한 ‘김구는 테러범’이다.

눈 밝은 시민들에 의해 뉴라이트의 퇴행하는 역사 인식은 파탄 났다. 이승만이 주도한 ‘제헌헌법’에는 1919년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과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는 국부가 아니라 부산 발췌개헌파동에서 보듯 자유민주주의의 파괴범이다. 박정희는 미국이 제3세계에 제공한 근대화론과 반공노선을 충실히 따랐다. 반독재와 노동운동 탄압에 의한 인권유린이 판을 쳤다.

터무니없는 뉴라이트 주장 이면엔 힘에 대한 우상과 이념의 과잉이 있다. 1·2차 세계 대전을 이용해 단기간에 제국이 된 미국의 힘과 자유의 이념이다. 미국은 광복 후 3년간 식민통치나 다름없는 점령기에 친일부역자들을 등용하고, 소련·중국에 대항하는 반공이념을 심었으며, 미국식 기독교를 후원해 훗날 그들이 자신을 대변하도록 했다. 뉴라이트가 다시 준동하는 배경은 수구적 현 정권이 토양을 제공하고, 몰락하는 자유지상주의 국가 미국의 패권 강화에 들러리를 자처해서다. 한·미·일 동맹을 요구하는 미국의 ‘그까짓 한·일 역사문제가 뭐 그리 중한가’라는 물음에 뉴라이트가 마름처럼 응답한다.

그들은 1990년대에 등장한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회’를 본받아 자학사관의 극복 방식을 도입한다. 또한 일본 우익의 식민지 당위론을 받아들여 우리가 남이 아님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이론의 주창자인 스즈키 다케오는 문부성 용역으로 쓴 1946년 <조선통치의 성격과 실적>에서 내선일체의 정책은 이상주의적 식민지정책이며, 일왕의 일시동인(一視同仁)으로 한반도 백성을 차별 없이 대했다고 한다. 스즈키가 “자기 민족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서는 일본 국민으로서 살아가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운명공동체 의식에 도달하였던 것”(박찬승, <스즈키 다케오(鈴木武雄)의 식민지조선근대화론>)이라고 한 것처럼 ‘일제의 한국 식민지지배는 축복’이라고까지 한다. 식민강권통치에 대한 반성과 사과 요구를 심지어 콤플렉스라고 한다. 강도를 강도라고 하는 것을 열등감이라고 하면 기가 막힐 뿐이다. 결국 식민지근대화론은 한·일군사동맹의 길을 터 줄 것이다. 그들은 과거사를 지배함으로써 현재를 지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정의의 역사는 결코 지배될 수 없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병리현상이다. 전쟁과 쿠데타를 견디며 민주화와 노동운동을 이끌고 마침내 무혈혁명을 이뤄낸 백성들의 높은 의식을 백안시하는 작태다. 무상한 금권과 권력을 탐하는 눈먼 자들의 소멸은 순리 자연한 이치다. 지혜로운 시민들은 그들의 후안무치한 궤변의 역사관에 속지 않는다. 뉴라이트는 친일파의 복권이란 역리를 꾀하지 말고, 경제와 힘의 다극화로 넘어가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 영구 평화를 가져오고, 이 나라가 세계인들의 참된 리더가 될 수 있는가를 성찰하는 게 정도(正道)일 것이다.

원익선 |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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