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송두환 인권위의 ‘마지막 회의’

정제혁 논설위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2024년 제16차 전원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회의실에서 2024년 제16차 전원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인권 보호는 인권위 설립 목적이자 존재 이유다. 보편적 인권은 정부 정책이나 사회 주류가 생각하는 국익과 종종 충돌한다. 그럴 때 단호하게 인권 편을 들라고 2001년 만든 독립적 국가기관이 인권위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지지 방침을 내놓은 뒤 인권위가 “우리는 이라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것이 단적인 예다.

인권위는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대체로 보수정부가 들어서면 위상이 추락했다. 이명박 정부는 인권위 직속기구화를 시도했고, 노무현 정부 때 90% 안팎이던 인권위 권고 수용률도 2009년 67%로 내려갔다. 그래도 요즘처럼 인권위가 나락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김용원 상임위원과 여당이 지명한 이충상 상임위원의 독선과 기행으로 인권위는 장기 파행 중이다. 인권위원이 항의 방문한 군 사망자 유족들을 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수사의뢰하는 해괴한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유엔이 인권위원의 인권 탄압을 우려하고, 국민이 인권위를 걱정하는 지경이다.

지난 26일 인권위 전원위원회가 두 달 만에 열렸다. 김·이 상임위원이 주도한 6인 보이콧에 동참하던 강정혜 인권위원이 참석해 겨우 정족수를 채웠다. 이 회의는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주재한 전원위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9월 취임한 송 위원장 임기는 다음달 3일까지다. 송 위원장은 “오늘 참석하지 않은 다섯 분의 빈자리가 눈에 보인다”며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후임 위원장이 합리적 토론과 운영의 질서를 잘 세워주기 바란다”고 했다. 2000년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로 인권위 설립에 힘을 보탰던 송 위원장의 퇴임 소회이자, 마지막 당부였다.

윤 대통령은 송 위원장 후임으로 공안검사 출신인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터다. 안 후보자는 갖은 혐오 표현을 써가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온 인물이다. 인권위와 정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을 지명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무기력해지는 인권위, 그 위에 낀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 한숨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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