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달 1일 대표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11년 만에 여야 대표 간 공식 회담이다. 한 대표가 제안한 생중계는 하지 않기로 했고, 회담 의제는 실무 협상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나 의대 증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의제가 다뤄질 지 주목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비서실장과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장은 29일 각각 브리핑을 통해 오는 9월1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두 대표가 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회담에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한다.
한 대표와 이 대표가 예방이나 면담이 아닌 의제를 갖춘 공식 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야 대표 간 공식 회담도 지난 2013년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만난 후 11년 만이다.
한 대표 측에서 제안한 생중계는 하지 않고, 통상의 회담처럼 두 대표의 모두발언까지만 공개하기로 했다. 박 실장은 “민생 해결을 위한 대표 회담 성사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우리 당과 한 대표가 생중계 건을 양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9일 민생 현안을 논의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을 한 대표가 받아들이면서 추진됐다. 당초 지난 25일 열기로 했지만 이 대표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연기됐다. 이후 생중계 여부와 회담 의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회담이 무산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양측이 실무 협상을 이어가며 합의에 이르렀다.
박·이 실장은 30일 만나 회담 의제에 대한 실무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청문회·탄핵 등 정쟁 중단 선언, 정치 개혁, 민생 회복을,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법’, 지구당 부활을 다루고자 하는 의제로 발표한 바 있다. 이 실장은 “그동안 실무회동에서 회담 의제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긴 했는데 딱 의제로 합의했다고 말하긴 이른 것 같다”며 “내일 만나 마지막으로 의제 조율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다루고자 하는 의제가 달라 조율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당정갈등이 불거진 의대 정원 문제 같은 경우 국민의힘은 야당과 손잡고 대통령을 때리는 모양새를 우려해 다루가 꺼리지만 민주당은 논의하고 싶어 한다. 이날도 박 실장은 “의정갈등은 국회에서 법·예산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의제로 우리 당은 다루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한 반면 이 실장은 “주요 의제로 확실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입장이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폐지 혹은 시행 유예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발의를 약속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회담에 들고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