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여름 고시엔에서 만끽한 잠깐의 천국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여름 고시엔에서 만끽한 잠깐의 천국

[이갑수의 일생의 일상]여름 고시엔에서 만끽한 잠깐의 천국

속보가 떴다. “한국계 교토국제고, 연장전 끝에 日 고시엔 우승.” 이웃나라 야구대회 하나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건 좀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고교야구의 인기가 무척 높았다. 웬만한 신문사마다 거창한 이름의 대회를 주관했다. 대붕기, 봉황대기, 청룡기, 화랑대기, 황금사자기 등등. 이러다 선수를 혹사시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더니 프로야구 출범 후 관심이 졸지에 뚝 끊겼다.

그 당시에도 일본의 사정을 간간이 듣기는 했다. 갑자원(甲子園, 고시엔) 대회. 본선 진출만 해도 꿈의 무대로 불리며, 이기고 나면 마운드의 흙 한 줌을 기념으로 가져간다고 했다. 일본은 그 인기가 여전한 모양이다. 올해 고시엔 대회에서 한국계 민족학교가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해버렸다. 그 뉴스를 접하는데 한국어로 부르는 교가가 자꾸 눈에 밟힌다. 어쩌면 소월이나 지용의 시 한 구절처럼 입에 착 감기는 가사.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여 “불꽃같이 타는 맘 이국 땅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로 마무리되는 4절의 전체 가사는 낯선 땅에서 ‘자치의 깃발 아래’ ‘자주의 정신으로’ ‘문명의 새 지식을 탐구하는 희망’을 진솔히 드러내고 있었다.

야구는 野球로 적는다. 축구나 배구 식의 명명이라면 야구는 투구나 타구여야 한다. 어째서 야구는 이름에 저 거친 들판이 들어 있는가. 야구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떠오르게 하는 경기다. 홈을 떠난 뒤 풍파를 겪으며 1루를 밟고, 간난을 뚫고 2루로 갔다가, 신고를 거쳐 3루에 안착하고, 파란을 이긴 뒤 마침내 홈으로 귀환하는 것. 희로애락의 인생 사계절과 이처럼 절묘하게 엮이는 경기가 또 있을까.

옹골찬 선수들이 일군 기적에 흥분되어 내가 거친 학교들의 교가를 찾아보았다. “우람히 굽이쳐온 아세아의 거창한 얼이 여기 장산 기름진 벌끝 그 염원을 이루었나니 (…) 동고 동고 거룩하다 그 이름.”(부산의 동래고등학교) 그리고 이제는 폐교가 되어버린 경남 거창군 주상면 완대초등학교의 그 적막한 교가를 읊자니, 이날 저 재학생들에게 고시엔이 천국이듯, 내게도 나의 모교는 잠시 천국이었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