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찬회에서 한 대표 대 친윤계 신경전 이어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의대증원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당정갈등이 아니라 ‘한정갈등’(한동훈 대 정부)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일각이라고 하는 게 대통령실 일부 같은데, 익명으로 말하는 자체가 상황을 좋게 만들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연찬회 폐회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당정갈등이 아니란 말에 응수하듯 “내가 당대표지 않나”라고 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 연찬회 불참과 만찬 연기를 두고 감정싸움이란 말이 나오는데 대해선 “난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추가로 만날 계획이 없냐”는 질문엔 “저는 따로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의료공백 해법을 둘러싼 윤 대통령과의 입장차를 당정갈등이라고 비판하는 데 대해 “당정관계 내지는 갈등의 프레임으로 말하는 건 겉으로 보면 사안을 되게 단순화할 수 있다”며 “그런데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은 그것보다 앞에 세워서 어떤 말이 오는지를 중심으로 봐주시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집권여당 대표의 임무”라며 “그러라고 (전당대회에서) 63%가 저를 지지해 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여당 대표로서 국민 생명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란 것이다.
한 대표는 2026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다시 논의하자고 의정갈등의 해법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견해 차이로 갈등을 빚었다.
한 대표는 “제 대안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라며 “지금 상황이 심각하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라는 게 절대적 가치기 때문에 돌다리 두드려가며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엔 대부분 동의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가 제안을 하기 전에 당내 의견을 더 모아야 한다는 지적엔 “당대표가 정책위의장이나 관련 전문가들과 상의해서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며 “매번 당대표가 중요한 상황에서 의견 낼 때마다 전당원 투표 거치거나 의원총회를 거치는 건 아니지 않냐”라고 반박했다.
이날까지 1박2일로 진행된 연찬회에서는 당이 나서서 의료 공백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친한동훈계와 대통령과 당정일체가 돼야 한다는 친윤석열계의 신경전이 펼쳐졌다.
윤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으로 당 연찬회에 불참해 한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 대신 참석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정부의 의료개혁 입장을 설명하며 의원들을 단속했다.
‘원조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특강에서 “권력 더 강한 대통령과 함께 가기 위해 어떻게 할지 당 지도부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냥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 대표를 비판했다. 김정재 의원도 “충언이 내부총질이 돼선 안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조 장관과 장 수석의 보고와 강연에 불참했다. 당정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현장을 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한계 의원들은 의료 공백 사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하며 조 장관과 장 수석을 질타했다. 친한계 지도부 인사들도 개별적으로 기자들을 만나며 여론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