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이틀 앞두고 양당 비서실장 만나 합의
국회에서 각 7분 모두발언 후 90분 회담
의료 대란 문제는 합의 의제에선 빠졌지만
논의 주제 제한 없어 이 대표가 제기할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음달 1일 회담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지구당 부활 등 쟁점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의료 공백 사태는 공식 의제에서는 빠졌지만 논의 주제를 제한 없이 열어두기로 해 이 대표가 화제로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비서실장과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비서실장은 30일 국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실무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양당 대표회담은 9월1일 오후 2시 국회 본청에서 열린다. 본청 귀빈식당에서 한 대표와 이 대표 순서로 각각 7분씩 모두발언을 한 후 접견실로 이동해 약 90분 동안 비공개 회담을 진행한다. 회담엔 양당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한다. 수석대변인들은 회담 후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기로 했다.
양 대표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정쟁중단, 민생회복, 정치개혁, 민주당이 내놓은 채 상병 특검법, 25만원 지원법, 지구당 부활에 대해 모두 열어놓고 충분히 협의하기로 했다. 금투세 폐지는 국민의힘의 민생회복 의제에 포함돼 있다.
박 실장은 “특히 국가발전을 위한 어젠다, 민생과 관련된 부분, 정치개혁과 관련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 어젠다에는 저출생, 미래성장동력이 들어간다. 민생 과제로는 물가와 금투세를 포함한 각종 세제 개편, 가계 및 자영업자 부채 등이 포함됐다. 정치개혁으로는 두 대표 모두 전당대회에서 추진하겠다고 한 지구당 부활과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불체포특권 같은 기득권 내려놓기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의대 증원과 그에 따른 의료 대란 문제는 국민의힘 요구로 일단 의제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법안·예산과 연결되지 않은 의제라서 뺐다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을 더 키우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만큼 이 대표 주도로 논의는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실장은 “의료 대란은 국민의힘이 공식 의제로 다루지 말자고 해서 뺐는데, 모든 부분에서 열려 있는 대화를 할 거라 충분히 다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여야가 협력하며 정기국회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원외 대표로서 존재감을, 이 대표는 원내 1당이자 제1야당 대표로서 정책 성과를 보여줄 유인이 있다.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이 실장은 오는 31일에도 만나 회담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합의문 수준에 이르지 않더라도 대략적 틀을 잡아놓고 회담 때 나온 내용을 수정해 발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오랫동안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번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