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1일 여야 대표회담에서 도출된 공동발표문에는 정국 쟁점에 대한 구체적 합의사항이 사실상 모두 빠졌다. 정치실종 장기화 사태의 핵심 쟁점인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는 이견만 확인했다.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의료대란 문제 역시 국회 차원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데 그쳤다. 민생 국회를 강조했지만 대표 회담을 통해 정국 해법을 도출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채 상병 특검법은 본격적인 회담 돌입 전부터 합의 불발이 예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한 대표께서 ‘증거 조작’도 특검하자고 했는데 하자. 저희가 수용하겠다.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 모두발언에는 채 상병 특검 언급이 없었다.
공동발표문에서도 채 상병 특검 내용은 빠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채 상병 제3자 특검 추진 등 관련해 의견을 말했고 토론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서로 합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기한에 맞춰 당 입장을 낼 수 없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논의를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3자 특검법을 수용한다고 하니 피하는 거냐”고 한 대표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에 “그럼 민주당 기존 법안은 철회한다는 거냐” “민주당이 관여하면 당내 논란만 커진다”고 반박했다고 곽 수석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의지가 있다면 법안 제출이든 구체적인 액션으로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불만을 표했다.
두 대표는 응급의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의료대란의 구체적 해결 방향에는 뜻을 모으지 못했다. 이 때문에 공동발표문도 “국회 차원의 대책을 협의하기로 했다”는 수준으로 정리됐다. 당초 의료대란 문제는 사전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모두발언부터 자연스럽게 의제로 회담 테이블에 올랐다. 조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민주당은 한 대표에게 의료대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또는 책임자 문책, 대책 기구 구성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의) 일방적 언급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원안 고수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양당 대표가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공감하면서 ‘윤·한 갈등’ 불씨를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추진 중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도 합의가 불발됐다. 모두발언에서 한 대표가 이를 “현금 살포”로 표현하고, 이 대표가 “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다”고 맞받을 때부터 예견된 결과로 풀이된다. 조 수석대변인은 “저쪽은 현금 (살포를) 하는 건 하지 않겠다는 태도였고 대책은 제시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우리는 선별적인 부분에 주안점을 뒀고 민주당은 일률적인 지원을 말해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완화 여부도 구체적인 접점은 찾지 못했다.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도 ‘금투세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계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합의를 모색했지만 이 대표는 “금투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구조 개혁도 함께 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이날 “한 달에 한번 대표회담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지만 두 대표는 회담 정례화를 합의하지 못했다. 두 대표가 대표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터라 오는 2일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핵심 현안을 둔 여야의 충돌은 계속될 전망이다. 양당 수석대변인들은 ‘대표회담에서 이견만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자 “양당 대표가 오랜만에 논의한 자리인 만큼 자주 대화 기회를 갖자고 한 것이다(곽 수석대변인)” “구체적 합의는 만들지 못했지만 논의 방향을 합의한 부분이 있어 성과가 있다고 생각한다(조 수석대변인)”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