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담’ 한동훈 득실은···“이재명 맞수 존재감” “추가 성과 미지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여야 대표회담 성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맞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분석과 당 장악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계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됐다.

한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이뤄진 여야 대표회담을 두고 ‘공감’이란 표현을 9차례 사용했다. 대표회담에서 공감대를 이뤄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대목을 조목조목 짚으며 성과를 강조한 것이다. 그는 “대치 상황을 넘어 정치를 복원하고 민생 중심으로 정치하자는 의기투합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며 “여러 쟁점 중에서 상당 부분은 공감대가 이뤄지고 우선 순위에만 차이가 있어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친한동훈(친한)계로 분류되는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관련한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의료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노력 등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확인했다”며 “여야 협치의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한 대표가 대표회담을 통해 여당 대표로서 자리매김하는 정치적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친윤석열(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한 대표가 원외 대표로서 당내와 거리감이 있고 주목받기가 쉽지 않다”며 “어떤 식으로든 잊혀지지 않도록 연출이 필요했는데 회담 내용과 상관없이 그런 면에선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보다) 한 대표가 득을 봤다”며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데 가서 회담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의료대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금투세 등 정국 핵심 현안에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한 대표가 결정권 없는 원외 대표로서의 한계를 보였다는 부정적 평가도 동시에 나왔다. 전날 회담에서 이 대표는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한 대표가 추가 주장한 ‘제보공작 의혹 수사대상 포함’을 수용하겠다고 역제안했고,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주장한 ‘선별 지원’도 받아들이겠다며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반면 한 대표는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이준석 의원은 “이 대표는 야권에서 본인의 위치가 확고한 것 같은데, 한 대표가 여권에서 어떤 결정권과 권한을 가지고 회담에 임했는지는 물음표”라며 “지금 국민의힘에서는 한 대표가 뭘 판단했다 해서 서포트할 수 있는 동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전권을 쥐고 있지만 한 대표는 원내 의원들과 정부와 조율해야 될 부분이 있다”며 “우리 내부적으로 확실하게 방향이 정해진 게 없는 것도 있었고 협상과 재량의 여지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향후 야당과의 추가 대표회담에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채 상병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를 공언했지만 당내 반발에 부딪혔고,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도 당내 반대가 뚜렷해 협상 공간이 넓지 않다.

한 대표가 당내 장악력을 확보해야 하는 정치력 시험대에 서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가 여야 관계나 당내에서 스킨십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한 대표가 의원들과 밥을 먹는다 쳤을 때 의원들이 ‘고생 많다. 많이 협조하겠다’는 인사치레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대표가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게만 직책을 줄 게 아니라 다 같이 껴안고 우군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와 당이 ‘케미스트리(조화)’가 좋다고 할 수는 없고 정부와는 더 안 좋다”며 “정부와 각만 세울 게 아니라 당 내부, 정부와 관계를 더 풀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한 대표가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