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조만간 방한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기시다 총리가) 오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고 거기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했다”며 “(의제·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 방한은 오는 6~7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는 20%대 낮은 지지율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사임 의사를 밝혔고 오는 27일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가 왜 이 시점에 한국에 오려는지 궁금하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에 많은 양보를 한 윤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려는 것일까. KBS 진행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선물이 나오면 좋겠지만 허심탄회하게 두 분이 얘기를 나누는 그런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저 두 정상이 만나 대화하고 우정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취지이다. 과연 그런가. 윤 대통령은 국회 개원식에는 불참해도 일본 총리에게는 이틀이나 내줄 만큼 한가한가.
양국이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데는 미·일 정상 교체 등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이란 ‘성과’의 지속 가능성이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3국 협력의 토대인 한·일관계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일본의 강제동원 배상 책임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가능해진 한·일관계 개선은 국민적 지지에 기반해 있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 한·미·일 협력은 그 수준과 속도가 과도하다. 문제는 퇴임을 앞둔 인기 없는 일본 총리가 한국에 와서 그 토대를 튼튼하게 만들어줄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가 과거사 해법을 발표하며 ‘남은 물컵 반 잔’을 일본이 채워줄 것이라고 했던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 후로도 윤 대통령은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 라인 사태, 사도광산 유산 등재, 일본 군함의 독도 훈련 등에서 저자세로 일관했다. 광복절을 전후해 윤 대통령이 우려스러운 역사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허물어진 한·일관계 이익 균형을 복원하기 위한 첫걸음은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직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현직 방위상이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고수하는 독도 관련 도발적 언행도 좌시할 수 없다. 윤 정권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일사천리로 진도를 나간 한·미·일 안보협력 제도화 문서를 공개하고 국회 검증을 받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23년 3월16일 일본 도쿄의 한 음식점에서 술잔을 부딪치고 있다. 두 정상은 지금까지 11번의 정상회담을 했다. AP 연합뉴스